[책마을] 품위 있는 죽음 '안락사'에 대해 묻다
“만약 누군가가 ‘안락사를 시켜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나는 웃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당장 죽을 것이다.”

일본 국민드라마로 불리는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92)는 2016년 문예지 ‘분게이?주(文藝春秋)’에 ‘안락사로 죽고 싶다’는 제목의 글을 실어 일본 전역에 안락사 논쟁을 일으켰다.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 있게 살다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작가에게 공감한 수많은 독자가 찬성 의견을 보냈다. 방송에선 안락사 법제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찬반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뜻의 신조어인 ‘종활(終活·슈카쓰)’이 10년 전 등장했을 만큼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지만 안락사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다. 말기 암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소극적 안락사)만 허용한다.

작가는 지난해 펴낸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에서도 “안락사 법제화가 이뤄져 자신의 집에서 잠들듯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부제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사를 들려주면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어떤 죽음을 바라는지 담담히 밝힌다. 3년 전부터 시작한 하시다의 종활은 쾌활하고 기운차다. 소지품을 정리하고, 유언장도 작성하고, 죽으면 묻힐 묘도 마련해 놨다. 그는 “죽음을 쉬쉬하며 감춰두고,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 양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한 죽음’을 맞기 어렵게 된다”며 “죽음을 생각하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잘 맞이하는 ‘웰 다잉(well-dying)’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책이다.(김정환 옮김, 21세기북스, 280쪽, 1만45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