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정전에 500억원 손실… 삼성 평택공장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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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반도체공장 초유의 정전사고
먼지 뒤집어 쓴 청정라인
3D 낸드 최대 6만장 손실
월 세계 공급량의 4% 해당
향후 낸드 가격 영향줄 듯
무엇이 문제인가
변압기 고장으로 드러나
"첨단공장에서 드문 일"
관리 부실 문제 불거지나
먼지 뒤집어 쓴 청정라인
3D 낸드 최대 6만장 손실
월 세계 공급량의 4% 해당
향후 낸드 가격 영향줄 듯
무엇이 문제인가
변압기 고장으로 드러나
"첨단공장에서 드문 일"
관리 부실 문제 불거지나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정전 사고로 500억원 안팎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낸드플래시 월 공급량의 4%에 해당하는 물량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낸드 현물시장 가격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고는 안정적 전력관리를 최우선으로 삼는 반도체업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참사’다. 글로벌 경쟁사들조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사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사고”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에 심각한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상발전기 가동했지만 최소 20분간 ‘깜깜’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로 300㎜ 웨이퍼 기준 최소 3만 장, 최대 6만 장의 3차원(3D) 낸드가 생산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6만 장은 평택공장 월 생산량의 3분의 2 규모로, 삼성전자 3D 낸드 월 생산량의 20% 수준이다. 작년 9월 가동을 시작한 평택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중에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64단 3D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매출로 환산한 피해액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500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평택공장은 9일 오전 11시30분에 갑자기 40분간 전력이 끊겼다. 당초 비상 발전기 가동을 통해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비상 전력 공급 시간은 15~20분에 불과했다. 최소 20분간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기며 클린룸의 청정 진공상태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라인에 있던 제품들이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망가져 버렸다. 반도체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공정에 들어가 있던 제품들도 그대로 굳어 못 쓰게 됐다. 전기밥솥에 밥을 짓다 코드를 빼버리면 나중에 다시 전력을 넣더라도 밥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정전 사고 발생 이후 삼성전자 직원들뿐만 아니라 장비 및 소재 관련 협력업체 직원 수백 명이 나서 손상된 웨이퍼를 처리하고 설비의 먼지를 닦아냈지만 평택공장의 생산 차질은 만 하루 동안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먼지를 떨어내고 살려낸 웨이퍼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3만~6만 장 정도의 웨이퍼가 손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적 관리에 실수 생겼을 가능성”
삼성전자 측은 사내 변전소에 문제가 생겨 전력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은 초당 15만4000볼트(V)의 초고압으로 전력을 공급받은 뒤 자체 변전설비를 통해 전압을 2만2000V로 낮춰 라인에 공급한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변압기 문제에 따른 정전은 극히 드물다. 일반 산업현장에서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노후 변압기에서 이따금 나타나는 정도다. 대형 변압기는 유럽에서 들여오지만 전체 전력 공급 시스템 설계와 유지·보수는 삼성전자가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새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시스템 설계에 문제가 있었거나 일상적 관리에 실수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리 문제가 드러날 경우 삼성전자 평택공장 생산 조직의 인적 쇄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중국 톈진공장 화재로 휴대폰 배터리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삼성SDI가 단적인 예다. 삼성은 당시 SDI 최고경영자(CEO)를 바로 경질했다.
삼성전자의 생산 손실은 지난해 9월 이후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낸드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낸드 월 생산량은 150만 장이다. 6만 장은 이 물량의 4%에 해당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비상발전기 가동했지만 최소 20분간 ‘깜깜’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로 300㎜ 웨이퍼 기준 최소 3만 장, 최대 6만 장의 3차원(3D) 낸드가 생산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6만 장은 평택공장 월 생산량의 3분의 2 규모로, 삼성전자 3D 낸드 월 생산량의 20% 수준이다. 작년 9월 가동을 시작한 평택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중에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64단 3D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매출로 환산한 피해액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500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평택공장은 9일 오전 11시30분에 갑자기 40분간 전력이 끊겼다. 당초 비상 발전기 가동을 통해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비상 전력 공급 시간은 15~20분에 불과했다. 최소 20분간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기며 클린룸의 청정 진공상태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라인에 있던 제품들이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망가져 버렸다. 반도체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공정에 들어가 있던 제품들도 그대로 굳어 못 쓰게 됐다. 전기밥솥에 밥을 짓다 코드를 빼버리면 나중에 다시 전력을 넣더라도 밥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정전 사고 발생 이후 삼성전자 직원들뿐만 아니라 장비 및 소재 관련 협력업체 직원 수백 명이 나서 손상된 웨이퍼를 처리하고 설비의 먼지를 닦아냈지만 평택공장의 생산 차질은 만 하루 동안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먼지를 떨어내고 살려낸 웨이퍼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3만~6만 장 정도의 웨이퍼가 손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적 관리에 실수 생겼을 가능성”
삼성전자 측은 사내 변전소에 문제가 생겨 전력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반도체 공장은 초당 15만4000볼트(V)의 초고압으로 전력을 공급받은 뒤 자체 변전설비를 통해 전압을 2만2000V로 낮춰 라인에 공급한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변압기 문제에 따른 정전은 극히 드물다. 일반 산업현장에서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노후 변압기에서 이따금 나타나는 정도다. 대형 변압기는 유럽에서 들여오지만 전체 전력 공급 시스템 설계와 유지·보수는 삼성전자가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새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시스템 설계에 문제가 있었거나 일상적 관리에 실수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리 문제가 드러날 경우 삼성전자 평택공장 생산 조직의 인적 쇄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중국 톈진공장 화재로 휴대폰 배터리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삼성SDI가 단적인 예다. 삼성은 당시 SDI 최고경영자(CEO)를 바로 경질했다.
삼성전자의 생산 손실은 지난해 9월 이후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낸드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낸드 월 생산량은 150만 장이다. 6만 장은 이 물량의 4%에 해당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