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은영 박사와 토크쇼를 진행했다. 각종 가정 이슈와 양육의 어려움을 살펴보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진행자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깔끔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그와의 만남이 설렜다.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애쓴 공로가 있는 유공자를 응원하는 기념식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 오 박사를 초청했다.그의 쾌활한 미소를 상상하며 밝은 마음으로 진행하려 했던 계획과 달리 현장 분위기는 꽤 무거웠다. 오 박사가 20대 때 처음 상담한 아동 사례를 설명하면서다. 그가 생생하게 폭력 피해 아동 상황을 설명하자, 잔인하고 처참한 장면들이 떠올려지면서 이내 숙연해졌다. 아동이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대상은 부모다. 분리됐던 아이들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도 가정이다.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전국 아동 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5만3932건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4만8522건으로 집계됐다. 다소 줄었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85.9%로 압도적이다. 학대 장소도 가정에서 발생한 사례가 전체의 82.9%로 가장 높다. 학대 유형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정서 학대 1만1094건(43.1%), 신체 학대 4698건(18.3%), 방임 1979건(7.7%), 성 학대 585건(2.3%)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표창을 받은 오랜 경력의 아동 학대 전문 상담원에게 애로사항을 물었다. 그는 “상담원을 오랫동안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숭고한 일이라 시작했지만, 막상 학대 가정에 방문하면 문을 열어주지 않고 ‘반기지 않는 손님’ 취급을 받는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이 지나면서 양국 사상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러시아가 옛날식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통에 어이없는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팔다리를 잃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중상자가 전사자보다 훨씬 많다. 이 순간에도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과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포탄을 맞고 죽음을 직감한 안드레이의 입을 통해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죽고 싶지 않아. 난 나의 삶을 사랑해. 그리고 이 풀과 흙과 공기도…”라고 독백했다. 임시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던 안드레이는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다.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아나톨리가 한쪽 다리를 잃은 채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더욱 그랬다. 톨스토이는 이런 전쟁의 참상을 비추며 ‘생명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으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했다. 첫 노벨평화상 받은 앙리 뒤낭1859년 솔페리노에서 벌어진 전투 현장도 참혹했다. 그해 6월 24일, 이탈리아 북부 솔페리노에서 프랑스-사르데냐 연합군과 오스트리아군이 격돌했다. 양측 22만 군사가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는 바람에 하루 만에 사상자가 6만 명을 넘었다. 처참하기 짝이 없는 장면을 목격한 스위스 사업가 장 앙리 뒤낭은 자기 사업을 제쳐 두고 부상병 치료에 몰입했다. 인근 주민들로 민간인 구호반을 긴급히 조직한 그는 약품과 필수 자재를 자비로 조달해 가면서 야전병원을 구축하고 수많은 환자를 살렸다.“아아! 일에 경험이 많고 자격을 갖춘 남녀 봉사원이 100여 명만 있
▶마켓인사이트 11월 26일 오후 4시 25분 최근 한국 자본시장을 뒤흔든 대형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벌인 경영권 다툼과 현재 진행되는 고려아연 사태가 대표적이다. 두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내막을 보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SM엔터 사건이 고려아연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두 사건의 연결고리 원아시아두 사건이 연결된 시점은 지난해 2월 16일이다. 하이브가 SM엔터를 상대로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5거래일 뒤인 이날 오후 1시께부터 SM엔터 주가가 갑자기 치솟았다. 의문의 ‘기타 법인’이 850억원을 들여 지분을 쓸어가자 SM엔터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12만원)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하이브는 결국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SM엔터는 카카오 품에 안겼다.이 기타 법인의 정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라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원아시아는 SM엔터 사건과 고려아연 사태를 잇는 연결고리다. 원아시아가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출자자(LP)가 바로 고려아연이다.고려아연은 SM엔터 지분 인수에 활용된 원아시아 펀드 ‘하바나제1호’의 자금 중 90% 이상을 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다. 고려아연 측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출자”라고 설명하지만 찜찜함이 남는다.이후 수사 결과 검찰은 원아시아가 카카오 관계자의 ‘SOS’를 받고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지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수사당국의 칼날이 고려아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