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6~7월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쪽에서 회담 준비를 주도해야 할 국무장관을 전격 교체하면서 후임 장관의 인준 일정상 회담이 불가피하게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대한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북·미 정상회담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3일 지명을 통보받으며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NYT는 백악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상원 인준에 여러 주가 걸리는 데다 아직 백악관이 인준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서류작업도 끝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공직 내정자는 인준이 끝날 때까지 대외 접촉이 금지된다.

미국의 대북 외교라인이 대부분 공석이라는 점도 회담 연기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해온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돌연 사임을 선언했고,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1년 넘게 공석이다.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1년 넘게 대행 체제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6월이나 7월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핵문제 타결을 위한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의 최대 외교·안보 현안이어서 두 달도 안 되는 준비 기간은 턱없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밀러 부소장은 정상회담 전 많은 예비회담을 통해 회담 테이블의 크기와 모양에서부터 모든 부분을 사전조율해야 하고,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과 협의하려면 적어도 몇 달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5월12일까지 이란 핵협정 철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일정도 앞두고 있다. 이란과 서방국가들의 반발 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사안이어서 최종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