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미국 통신칩 제조사 퀄컴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로드컴이 퀄컴을 사들이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같은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퀄컴 인수를 막은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승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브로드컴 본사를 다음달 3일까지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한 계획은 계속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이 본사 이전 계획을 처음 밝힌 시점은 지난해 11월 브로드컴이 퀄컴에 인수를 제안하기 직전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브로드컴을 “아주 대단한 기업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본사 이전 계획이 퀄컴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블룸버그는 브로드컴이 본사 이전을 철회하지 않은 데 대해 “반도체 제국을 건설하려는 탄 CEO의 야심찬 시도는 끝났지만 브로드컴이 여전히 미국에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다른 인수합병(M&A)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