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먹고 바로 효과 없다고 한 알 더? 약효 늦게 나타나는 '서방형' 과용땐 간 손상
“서방님도 아니고 서방형은 도대체 뭔가요?”

최근 유럽집행위원회(EC)가 해열, 진통제로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 판매를 금지하면서 ‘서방형’ 약물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방형은 서서히 약물이 방출되도록 만든 제품을 말하는데요. 반대로 빨리 방출되는 약은 속방형이라고 합니다. 서방형 제제는 약효가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과다 복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판매가 중단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서방형 제제인 줄 모르고 복용했다가 효과가 없어 여러 알을 먹으면 간이 손상될 우려가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 13일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주의를 당부했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국민 진통제 ‘타이레놀’이 대표적입니다. 울트라셋(한국얀센), 펜잘(종근당), 써스펜(한미약품), 타세놀(부광약품) 등에도 같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서방형 제제는 제품명 뒤에 서방정이라고 적혀 있거나 지속방출(extended release)을 뜻하는 ER, XR 같은 표시가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SR(sustained release), CR(controlled release, continuous release), DR(delayed release), LA(long actiong) 등 다양하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런 약자가 붙어 있으면 약물이 장시간 방출돼 체내에 일정한 농도로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서방형 제제는 일반 제제보다 투여 횟수가 적고 반응이 균일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을 분쇄해 가루로 만들거나 잘라서 복용하면 특수 설계된 제제의 특성이 없어집니다. 약효 변화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씹어먹거나 쪼개 먹어선 안 되고 반드시 물과 함께 삼켜야 합니다. 약사의 복약 지도를 받고 정해진 용법, 용량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서방형 제제는 12세 이상 소아와 성인은 8시간마다 650㎎ 2정씩 복용하고 하루 동안 6정을 넘으면 안 됩니다. 복합제는 성인은 최초 투여 시 650㎎ 1정을 복용하고 이후 최소 12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복합제는 하루 4정을 초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루 최대용량(4000㎎)을 초과하면 간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한 다른 제품과 함께 복용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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