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분간 국내 항공시장에 신규 사업자를 들이지 않기로 했다. 현재 대형 항공사(FCS) 2곳, 저비용항공사(LCC) 6곳이 자리잡고 있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는 정부가 유독 항공산업에만 진입 장벽을 높이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LCC, 6개는 되고 7~8개는 안된다?
◆부처 간 엇박자 행보

구본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항공시장이라는 어항에 이미 너무 많은 물고기가 담겨 있다”며 “8개 업체가 시장에 진출했고 향후 새로운 업체가 진입한다면 과당경쟁 우려가 커 당분간 면허 승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면허 불허’ 방침에 시장 진출을 노리던 업체들은 좌절했다. 이들 업체는 “문재인 정부가 규제혁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항공업에는 전례없이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행 항공사업법을 통해 신규 진입 요건으로 ‘사업자 간 과당경쟁 우려가 없고 해당 사업이 이용자의 편의에 적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도 이 항공법을 근거로 삼았다. 과당경쟁이라는 표현은 2016년 추가됐다. 하지만 실체적인 의미는 상당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국적사 간 과당경쟁의 우려가 크다”며 플라이양양과 에어로K가 신청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반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토부의 신규 사업 진출 제한 조치에 반기를 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우리나라가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행보가 항공시장의 공정거래를 해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은 최대, 사고는 무

국토부의 우려와 달리 국내 항공산업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토부가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6개 LCC의 전체 매출은 3조6316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2조6897억원)보다 35.0% 늘었다. 영업이익은 1443억원에서 2786억원으로 1년 새 두 배(96.0%) 가까이로 급증했다. 당장 과당경쟁을 우려하기에는 정부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주장이다.

국가별 1인당 항공기 수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LCC 항공기 한 대당 49만 명이 할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25만 명 수준인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고, 태국(48만 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과당경쟁에 따른 안전 문제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 항공교통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 여행객은 1억936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적 항공기의 지연율은 전년보다 소폭 줄었고, 항공기 관련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불필요한 논쟁을 불식하려면 과당경쟁이라는 모호한 기준 대신 명확한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6개 업체는 되고 7~8개로 업체가 늘어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