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의 연료인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하고, 전력을 보관하는 배터리 생산·폐기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생산 과정 따져봐야

최준영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연구관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친환경자동차법의 전기차 구매지원제도에 관한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차량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의 채굴과 수송, 부품 제작에 쓰이는 에너지부터 충전에 필요한 전력 생산 방식까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관은 환경부가 2016년 수행한 ‘자동차 온실가스 라이프 사이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분석’ 연구를 사례로 들었다. 일단 단순 운행만 놓고 볼 때 1㎞ 주행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기차가 86.9g으로 경유차(137g)와 휘발유차(177.4g)보다 최대 104%(90.5g)나 적었다. 하지만 차량과 배터리 생산 및 폐기 과정을 감안하면 전기차 1㎞ 주행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49.12g으로 휘발유·경유차(44.55g)보다 10%(4.57g)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도 ‘전기차=친환경차’라는 인식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자동차공학회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자동차 엔진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거의 같거나 10%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차량 교체 주기와 전기차 배터리 교체 주기 등을 감안할 때 전기차 1㎞ 주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184.6g으로 휘발유차(250.8g)와 경유차(220g)보다 20% 이상 적다. 하지만 203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 엔진 효율이 20% 향상될 경우 내연기관과 전기차 간 탄소 배출량의 차이는 10%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도시만 혜택받을 수도

국가별 전력 생산 방식도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수력발전 비중이 99%에 달하는 노르웨이나 원자력발전 비중이 70%를 웃도는 프랑스는 전기차 보급에 따른 환경 개선 효과가 큰 반면 전체 전력 생산량의 45%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도시가 외곽 지역으로 오염물질을 전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1㎞ 주행 시 차량 밀도가 높은 서울의 환경비용은 0.005원에 그쳤지만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 산업시설이 모여 있는 충남(1.71원)과 경남(0.99원)은 오히려 환경비용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PM2.5)에 대해서도 도로 오염원(차량)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감소하지만 전력 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양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급으로 2030년까지 차량 미세먼지는 0.653㎍/㎥ 줄지만 발전 부문에선 1.147㎍/㎥ 증가해 오히려 전체 미세먼지 밀도는 평균 0.494㎍/㎥가량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