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와 퍼터 교체 등 아직 '우승 갈증' 여전
"휴식기 없었다면 오늘처럼 행복하지 않았을 것"
'돌아온 여제' 박인비 "30대 접어들며 우승 감회 새롭다"
1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 소식을 다시 전한 '골프 여제' 박인비(30)가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대회 이후 1년 만에 투어 통산 19승을 달성한 박인비는 "앞서 따낸 18승과 같은 기분"이라며 "우승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결과"라고 기뻐했다.

박인비는 "이달 초 싱가포르 대회를 통해 시즌을 시작했는데 당시 공은 잘 맞았지만 쇼트 게임이 부족했다"고 돌아보며 "이번 주에는 퍼트가 잘 되면서 시즌 전체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터를 교체한 박인비는 "이 코스의 경우 파 5홀에서 장타자들은 두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장타자가 아닌 저로서는 퍼트가 잘 돼야만 타수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번 홀 버디 이후 12번 홀 버디까지 10개 홀 연속 파 행진을 계속한 그는 "사실 그사이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며 "실망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 집중력을 유지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브리티시오픈 이후 허리 통증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던 박인비는 "오늘 결과로 다시 우승할 수 있고, 통증 없이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우승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시즌 혹은 남은 선수 생활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말에 "우선 이번 시즌에는 우승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을 이룬 만큼 메이저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첫 메이저 대회인 이달 말 ABA 인스퍼레이션이 기대된다"고 의욕을 내보이기도 했다.
'돌아온 여제' 박인비 "30대 접어들며 우승 감회 새롭다"
현재 세계 랭킹이 19위까지 떨어졌으나 박인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사실 리우 올림픽 이후 세계 랭킹은 거의 보지도 않았다"며 "순위를 올리겠다거나 다시 1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새 퍼터를 들고 나왔고, 비시즌 기간에는 새로운 드라이버를 꺼내 드는 등 아직 우승에 대한 갈증이 남은 듯한 모습은 여전했다.

박인비는 "퍼터는 남편(남기협 씨)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전 퍼터는 실수가 나와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미스 샷에 대해 공이 지나가는 길을 좀 더 연구할 겸 퍼터를 바꿔보자'고 해서 교체했다"며 "실제로 공의 움직임이 잘 보여서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아는 남편의 조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믿음직스러워했다.

또 새 드라이버에 대해서는 "전지훈련 때부터 젝시오10 모델을 썼는데 방향성, 거리, 타구감 모두 마음에 든다"며 "아직 퍼터가 더 익숙해져야겠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티샷부터 마무리 퍼트까지 잘 연결된 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3, 4라운드를 연달아 보기 없이 끝낸 박인비는 "페어웨이나 그린이 부드러워 공을 세우기가 더 쉬웠고 핀을 직접 공략할 기회도 많았기 때문"이라며 "1, 2라운드에 비해 집중력이 더 좋아진 것도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2016년과 2017년에 연달아 8월에 일찍 시즌을 끝내 남들보다 긴 휴식기를 가진 박인비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 때 쉬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며 "부상 때문에 쉬게 됐을 때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휴식기 없이 계속 대회에 나왔다면 더 많은 우승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한국의 가을이 단풍이나 낙엽 등으로 멋있는데 지난 20년간 그것을 볼 기회가 없었다"며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나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이라고 지난해 가을의 추억을 되새겼다.

1988년 7월생으로 만 30세를 약 3개월 앞둔 박인비는 "20대를 보내고 30대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승이 좋은 신호탄이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30대에도 골프 인생과 개인의 삶에 있어서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