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 플랫폼에서 유머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조금래(오른쪽)·오성규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 두 사람은 어딜가도 유쾌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참고로 둘의 나이는 30대 초중반.
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 플랫폼에서 유머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조금래(오른쪽)·오성규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 두 사람은 어딜가도 유쾌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참고로 둘의 나이는 30대 초중반.
경기 성남시 판교엔 4월1일 만우절이 다가오면 똥줄이 타는 두 남자가 있다. '이번엔 무슨 콘텐츠로 사람들을 웃길 지'로 밤잠을 설친다. 해가 갈수록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사람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아 올해는 진짜 뭐하냐."

조금래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34)가 옆에 앉은 오성규 프로듀서(31)를 쳐다보며 죽는시늉을 했다. 두 사람은 넥슨의 페이스북 계정 등 소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넥슨 페이스북 페이지는 하루 액티브 유저(실제 서비스 이용자)가 4만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만드는 '넥슨표 만우절 콘텐츠'는 업계에서 소문난 볼거리다.

지난 15일 두 사람을 직접 만나 넥슨 소셜 채널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자신들을 페북지기가 아닌 '크리에이터'로 소개한 그들에게서 소셜 마케팅에 대한 고민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2시간에 걸친 얘기는 페이스북으로 시작해, 유튜브로 끝났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카페에서 만난 조금래(왼쪽)·오성규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 두 사람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카페에서 만난 조금래(왼쪽)·오성규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 두 사람은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라 '힙하게' 입어봤다"며 첫 만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올해 만우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5년 처음했던 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그 뒤로 부담이 됐다. 그 땐 별 의도 없이 넥슨 게임 캐릭터 의상을 입고 출근하는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엄청난 화제가 됐다. 이후 게임사들이 만우절만 되면 이색 콘텐츠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작년엔 2월부터 만우절 콘텐츠를 고민했던 것 같다."(조 PD)

"페이스북에선 콘텐츠 반응이 제작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충대충 만든 콘텐츠가 의외로 많은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첫 만우절 콘텐츠도 그랬고…. 올해는 큰일이다."(오 PD)

▷만우절 콘텐츠뿐 아니라 화제가 된 페이스북 게시물이 많다. 페이스북 운영 비결이 있나.

"가장 좋은 공감은 유머라고 생각했다. 넥슨 페이스북 운영 철학도 '게임보다 재밌는 페이스북'이다. 처음부터 이걸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우리의 색깔이 생긴 것 같다.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은 'ㅋㅋ'가 많은 댓글이다."(오 PD)

"홍보실이나 사업부에서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다며 콘텐츠를 가져올 때가 있다. 보고 재미가 없으면 'No'라고 거절했다. 그래서 홍보실에서 별명이 노(No)금래다(웃음). 넥슨 페이스북 팔로워들은 '뭐 재밌는 거 없나'하고 페이스북을 켠다. 그들이 보고 싶은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조 PD)

그는 "사회공헌 같은 소식은 많이 알리고 싶지만 진지한 얘기라 페이스북용 '병맛' 콘텐츠로 만들기가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넥슨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동영상들. '게임회사 몰컴'(위쪽)과 '여자친구랑 게임하는 만화'. / 사진=넥슨 제공
넥슨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끈 동영상들. '게임회사 몰컴'(위쪽)과 '여자친구랑 게임하는 만화'. / 사진=넥슨 제공
▷홍보실 직원들이 출연한 '게임회사 몰컴' 같은 동영상을 재밌게 봤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대중없이 여기저기서 얻는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뉴스는 기본으로 많이 본다.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사실 요즘 고민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우리 페이스북을 찾는 이용자의 80%가 중고등학생이다. 어린 친구들과 점점 연령대가 벌어지다 보니 솔직히 공감도 잘 안되는 것 같다."(조 PD)

"우리도 전문 배우가 더 좋지만(웃음), 인력이 한정돼 있다보니 선택한 게 바로 옆에 있는 홍보실 직원들이었다. 전략적인 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오 PD)

▷최근 유튜브, 트위치TV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차원인가.

"'페이스북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최근 페북지기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페이스북 정책이나 알고리즘도 바뀌었고, 이용자 입장에선 광고가 너무 많아졌다. 넥슨 페이스북 페이지만 봐도 노출 지표가 전처럼 안나온다."(조 PD)

"넥슨의 타깃층인 10~20대에게 유튜브의 영향력이 크다. 현재 10대는 우리와 다른 인종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정보 검색은 물론 노는 법도 우리 때와 다르다. 주변에서 '우리 아이가, 조카가 유튜브로 뭐를 하더라'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빨리 유튜브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트위치TV는 게임 콘텐츠가 90% 이상일 정도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오 PD)
'넥스티봉' 유튜브에 올라온 <듀랑고 괴식을 개발자들에게 먹여보았다> 동영상. 조금래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위쪽)가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속 음식들을 실제로 만들어서 게임 개발자들에게 먹여보는 내용이다. / 사진=넥스티봉 유튜브 캡쳐
'넥스티봉' 유튜브에 올라온 <듀랑고 괴식을 개발자들에게 먹여보았다> 동영상. 조금래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위쪽)가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속 음식들을 실제로 만들어서 게임 개발자들에게 먹여보는 내용이다. / 사진=넥스티봉 유튜브 캡쳐
▷넥슨의 유튜브, 넥슨의 라이브 방송은 무엇이 다른가.

"기업에서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이벤트성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더라. 대부분 기성 방송 느낌이 강하다. TV토크쇼처럼 진행자, 출연자가 나와 제품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 방송은 그냥 인터넷 개인방송 같다. 기업 색도 많이 지웠다. 나중엔 경쟁사 게임이나 콘솔 게임도 다뤄보고 싶다. 기업 계정이 아니라 친근하고 재밌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인식됐음 좋겠다."(조 PD)

"게임 인터넷 방송도 치열하다. 워낙 재밌는 게임 전문 유튜버도 많다. 넥슨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 회사엔 바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있더라. 아직 비공개 테스트 중인 게임도 독점적으로 다룰 수 있고. 현재 매주 목요일 유튜브와 트위치TV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에선 주로 조 PD가 개발자들과 나와 인기 게임이나 신작을 소개하고 있다."(오 PD)

▷조 PD는 넥슨 페이스북에 이어 유튜브에도 등장한다. 게임 업계 유명 인사일 것 같다.

"회사 안에서는 다 알아보는 것 같다. 네코제(넥슨 콘텐츠 축제) 같은 행사에 가면 게임 이용자들이 알아보기도 해 신기하다. 라이브 방송은 시작한 지 2달 정도 밖에 안돼 아직 시청자가 많지 않다. 잘돼서 알아보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조 PD)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해본 소감이 궁금하다.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페이스북에도 댓글이 달리지만 1대1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에 대한 피드백도 바로 받아볼 수 있으니 개발자들도 좋아한다. 사실 방송 전엔 표현이 좀 과격한 분들이 있으면 어쩌나 겁이 났는데, 생각보다 친절하고 재밌는 분들이 많아 즐겁게 하고 있다."(조 PD)
조금래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넥슨 모바일게임 신작 '메이플블리츠X'를 개발자들과 함께 해보고 있다. / 사진=넥스티봉 유튜브 캡쳐
조금래 넥슨 홍보실 프로듀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넥슨 모바일게임 신작 '메이플블리츠X'를 개발자들과 함께 해보고 있다. / 사진=넥스티봉 유튜브 캡쳐
▷기업의 소셜 채널 운영자가 하나의 직업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목표는 뭔가.

"운좋게도 덕업일치, 성공한 덕후의 사례가 됐다. 게임도 즐기고 콘텐츠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2개를 같이 하고 있으니까….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의미있는 성과를 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독창적인 성공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서 '이런 마케팅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표다."(조 PD)

"이쪽 취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 있다면 뭐가 됐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에 올려볼 것을 추천한다. 콘텐츠가 쌓이면 영향력이 생긴다. 크리에이터로서의 마인드, 자기 색깔도 중요하다. 플랫폼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 '무엇을 담느냐'가 경쟁력이다."(오 PD)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