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는 “과잉진료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 이익만을 위해 진료하더라도 충분히 보상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강경호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는 “과잉진료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 이익만을 위해 진료하더라도 충분히 보상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갑상샘암 로봇수술이 발전하면서 초기환자뿐 아니라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도 로봇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수술 전 환자는 비수술 치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의료진이 이 같은 정보를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지 고려해 수술을 선택해야 합니다. 로봇수술을 선택했다면 집도의가 수술 경험이 많은지, 합병증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등도 고려해야겠죠.”

강경호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 교수는 “갑상샘암 수술 전 의료진과 많은 대화를 해 환자가 수술의 장단점 등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갑상샘 로봇수술 명의다. 그는 환자 겨드랑이와 가슴을 1㎝ 미만으로 절개하는 로봇수술인 ‘유륜-액와 접근법’을 주로 한다. 이 수술을 임파절로 전이된 갑상샘암에 처음 적용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국제두경부외과학회지(Head & Neck)’에 보고됐다.

진행된 갑상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해도 초기 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것처럼 암을 완전히 절제하는 데 문제없다는 연구도 했다. 암 재발률도 차이가 없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게재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에는 중국 베이징 허무지아병원에서 열린 ‘한·중 갑상샘암 다빈치 로봇 라이브 수술 학회’에 한국 대표로 초청돼 수술 시연과 강연을 했다.

그는 갑상샘암 로봇수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의대교수로는 처음 중국 상하이교통대 루이진병원에서 1년간 방문교수로 지내며 로봇 갑상샘 수술 방법을 전수했다.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를 만든 미국 의료진은 물론 대만, 중국, 베트남 등의 의료진이 강 교수를 찾아 수술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강 교수를 통해 갑상샘암과 갑상샘암 로봇수술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갑상샘암 과잉 진단 논란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갑상샘암이 급증한 것은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를 많이 하면서 증상이 없는 작은 갑상샘암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들을 모두 예외 없이 진단하고 수술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는 수술하지 않고 놔뒀을 때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장기 데이터가 없다. 하지만 일본에는 데이터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저위험 갑상샘암, 작은 갑상샘암 환자는 수술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시간이 지나면 환자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암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서 수술에도 변화가 있을 텐데.

“오랫동안 작은 갑상샘암도 수술했다. 그때는 초기 암을 일찍 제거해 환자 재발 가능성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 이때는 수술 상처를 적게 내는 최소 침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암을 완전히 도려내는 근치는 이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암이 좀 더 진행된 환자를 수술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수술하고 낮은 합병증을 유지해야 한다. 완전한 수술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수술 방법에 따라 장단점이 다르겠다.

“내시경은 초기 갑상샘암에 많이 적용한다. 로봇수술도 처음에는 초기 갑상샘암에만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공론이었다. 수술을 시작한 지 10년이 돼 가면서 로봇수술 기기가 발전하고 이를 쓰는 의사들의 기술도 진화했다. 이 때문에 초기보다 적응증이 많이 넓어졌다. 기도나 식도까지 암이 침범해 이를 잘라 이어붙이는 수술을 해야 하거나 암이 경동맥 등 혈관을 침범하면 절개 수술을 해야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암에는 로봇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

▶갑상샘암 로봇수술 방법도 다양한데.

“크게 세 가지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경구 로봇수술은 비교적 최근에 생겼고 수술 특성 때문에 바깥쪽 임파샘 전이가 있으면 수술하기 어렵다. 초기 갑상샘암에 주로 적용한다. 겨드랑이를 활용한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반대편에 생긴 암을 치료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슴과 겨드랑이를 활용한 방법은 거의 모든 수술을 커버할 수 있다.”

▶갑상샘암을 수술하는 의사로서 바람이 있다면.

“이전에는 국내에서 갑상샘 수술을 많이 했다. 이 때문에 갑상샘만 다루는 외과의사가 많이 배출됐다. 하지만 과잉 수술 논란으로 수술 건수가 줄면서 이 의사들이 환자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쉬워졌다. 이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환자 이익과 상반되는 결정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학회나 보건복지부가 인력이 잘 활용되도록 연구해야 한다.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은 전체 수술의 80% 정도를 1년에 갑상샘 수술 10건 이하 진행하는 외과 의사가 집도한다. 한국은 다르다. 수술 성적이 우수한 의사가 많다. 해외 환자 유치 등을 통해 특정 병원·의사로 환자가 쏠리지 않고 여러 의사가 환자를 나눠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