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팔머 베어링자산운용 이머징·프론티어 주식팀 대표(사진)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흥국 증시가 강세장에 진입했다”며 “앞으로 수년간은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머 대표가 신흥국 시장 강세를 예상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는 “2012~2016년 신흥국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평균 30%가량 감소했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익이 증가하기 시작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머 대표는 “2012년부터 5년간 이어진 증시 침체기에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550억달러(약 165조원) 수준”이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해 유출 금액의 절반가량인 760억달러가 다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에 투자하는 전체 펀드 자금 중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자금 비중은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신흥국 기업들의 이익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자금 유입 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한국과 중국 증시의 매력이 높다”는 게 그의 평가다. “중국 증시에서는 금융·소비재·정보기술(IT) 업종, 한국에서는 은행주의 실적 개선세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팔머 대표는 “한국 증시는 그동안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와 지정학적 위험으로 저평가받았다”며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줄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는 투자를 통해 꾸준히 혁신하는 기업인 만큼 펀드에서 일정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긍정적일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