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전 'DO NOT CONGRATULATE' 대문자 메모 전달했지만 무시
"트럼프, '축하하지 말라' 참모 조언에도 푸틴 재선 축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재선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두 정상의 통화를 잘 아는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기에 앞서 안보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하하지 마시오'(DO NOT CONGRATULATE)라고 대문자로 쓰인 브리핑 자료를 건넸다고 전했다.

관리들에 따르면 안보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나눌 대화 내용에 대한 보고를 올리면서 재선을 '축하한다'는 어휘는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까지 더해져 미-러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의 스파이 암설 배후설까지 더해져 서방국가가 공분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4선 승리로 장기집권의 길을 연 데 대해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모들의 이런 조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말로 전화 통화를 시작했다.
"트럼프, '축하하지 말라' 참모 조언에도 푸틴 재선 축하"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전 이 보고 자료를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면서 "그의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라는 보좌관들의 당부를 무시했다고 WP는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에서 스파이 암살시도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비판을 자제해왔다.

그의 어조는 러시아에 강경한 조치를 하는 정부와도 종종 맞지 않았다고 WP는 설명했다.
"트럼프, '축하하지 말라' 참모 조언에도 푸틴 재선 축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