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거점지역에 있는 전통 깊은 고교들의 역사는 대부분 100년을 훌쩍 넘는다. 서울 경기고 1900년, 부산고 1913년, 광주제일고 1920년, 대전고가 1917년에 개교했다. 인천시 남구에 있는 인천고는 1895년에 문을 열었다.

인천고 인물사 편찬위원회는 137년의 역사에서 한가운데 있었던 동문 137명의 활동상을 기록한 단행본 ‘인천고 인물사’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초 비밀결사 활동을 하다 숨진 39회 졸업생들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천고 출신 20여 명은 학병과 창씨개명 반대를 전국에 확산시키려고 비밀결사를 조직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고 4명은 광복을 못보고 옥사했다. 광복 후 20여 명 중 10명이 정부로부터 독립유공훈장을 받았다. 고교 동기동창 중 10명이 독립유공훈장을 받은 특이한 사례다. 인천고 교정에는 이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명비가 세워져 있다.

조선 고종의 다섯 번째 아들인 의친왕을 상하이로 망명시키기 위한 의열단 행동대원 이을규·이정규 형제, 고종 어진을 그리며 한국미술 역사에 한 획을 남긴 이당 김은호, 서울대총장을 지내고 한국 경제학의 큰 별 신태환 박사, 창경원 동물부장이었던 김정만 동물박사, 리얼리즘 연극의 1인자로 꼽혔던 극작가 함세덕,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 작사가 한상억, ‘이별의 인천항’을 부른 국민가수 박경원, 70~80년대 ‘조약돌’를 부른 가수 박상규 등이 이 학교 졸업생이다.

인천고는 1895년 관립 한성외국어학교 인천지교로 인천 신포동에서 개교했다. 관립실업학교와 인천상업학교를 거쳐 1951년 인천고교로 자리잡았다. 졸업생이 3만여 명에 이른다. 인천고총동문회는 이달 26일 동문 200여 명과 책에 실린 동문 가족들을 초대해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초 학병과 창씨개명 반대를 위해 비밀결사 활동 끝에 고문으로 숨진 인천고 39회 졸업생 4명의 모습. 인천고 제공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초 학병과 창씨개명 반대를 위해 비밀결사 활동 끝에 고문으로 숨진 인천고 39회 졸업생 4명의 모습. 인천고 제공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