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우성1차 등 줄줄이 대기
가점 청약자 "통장 아끼자"
부양가족 전수조사 등 부담
부적격자·계약 포기자 나올 듯
◆청약 경쟁률 평균 25 대 1
2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 1246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3만1423건이 몰려 평균 25.22 대 1을 나타냈다. 최근 3년간 개포 일대에 공급된 아파트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2017년 9월 공급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와 2016년 6월 분양한 ‘래미안루체하임’(일원현대)의 청약 경쟁률은 각각 40.78 대 1과 50.03 대 1이었다. 또 2016년 8월 공급된 ‘디에이치 아너힐스’(개포주공3)는 평균 100.6 대 1을 기록했다.
이날 1순위 청약을 받은 강남구 논현동 ‘논현 아이파크’의 평균 경쟁률은 18 대 1에 달했다.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35층, 15개 동, 1996가구로 이뤄진다. 분양가는 3.3㎡(평)당 평균 4160만원 선으로 지난해 9월 공급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용면적별 경쟁률은 63㎡P(판상형)가 16가구 모집에 1451건이 접수돼 90.69 대 1로 가장 높았다. 전용 63㎡T(타워형)도 37.73 대 1로 평균을 웃돌았다. 가점제 비중이 50%인 전용 85㎡ 초과 면적 중 103㎡P가 47.29 대 1로 두 번째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의 예비당첨자 비율이 80%로 높지만 부적격자가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공급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미계약·부적격 물량이 일반 청약 물량의 22%인 128가구에 달했다.
◆기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듯
업계에서는 이번 청약 결과를 두고 ‘투기적 청약 수요’와 ‘안전자산 구매 수요’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가격이 낮아 당첨만 되면 6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를 노린 청약이 적지 않다.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등에 따라 가점이 높은 사람들이 자금 마련과 상관없이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강남불패 신화’처럼 강남 아파트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자 앞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남 거주자들은 자녀가 강남에 거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 강남권 일대 아파트 거래의 60%가량은 강남권 주민이다.
하지만 이번 청약이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은 다음달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매수세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급매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강남 집값이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모델하우스(청약시장)는 북적이고 중개업소(거래시장)는 썰렁한 시장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청약은 강남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역할을 했지만 그렇다고 청약 수요가 기존 아파트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다음달 삼성물산이 강남역 인근에 ‘서초우성 1차 재건축’(가칭)을 공급하는 등 알짜 단지들이 대기하고 있다. 서초우성 1차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의 ‘래미안 타운’을 완성하는 단지로 꼽힌다.
김진수/김형규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