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여성 범행동기 여태 '미궁'… 무죄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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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검찰, 기소후 1년여 지나도록 고의성 입증 못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동남아 여성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 말레이 검찰이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범행 동기를 명쾌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게 속아 '살해도구'로 이용됐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김정남 암살은 누구도 처벌되지 않은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1일과 22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자들은 피고인측 변호인들의 반격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변호인들이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북한 국적자들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한 이유를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의 변호를 맡은 히샴 테 포 테익 변호사는 전날 김정남 암살 수사를 현장 지휘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객관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못했다"며 정치적 외압 때문에 수사가 조기 중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자국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자 작년 3월 말 시신을 넘기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들의 출국을 허용했다.
이와 함께 관련 수사도 사실상 종결됐다. 히샴 변호사는 "(북한으로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들을 말레이시아로 불러올 방안이 있느냐"며 공세를 이어갔고, 아지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그들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흐엉은 작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와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게 한 리지현(34), 홍송학(35), 리재남(58), 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반면 두 사람은 현지에 남아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흐엉과 시티는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말레이 검찰은 같은해 3월 이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검찰이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북한인들에게 속았다는 두 사람의 주장을 뒤집을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의 사인이 급성 VX 중독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피고인들의 손톱과 옷 등에서 VX 부산물을 확인했다.
흐엉은 범행 두 달 전인 2016년 12월 하노이에서 매달 1천 달러(약 106만원)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고용됐으며, 시티는 2017년 1월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영입돼 하루 650링깃(약 18만원)씩을 받으며 수 차례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하루 수만명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암살 사건의 대가로 보기엔 이들이 받은 돈이 너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세탁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행태도 암살 계획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흐엉과 시티가 두 손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곧장 화장실로 가 손을 씻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법정에 제출했지만 역시 정황증거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까닭에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흐엉과 시티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이란 전망에 차츰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말레이시아가 작년 초 김정남 암살 연루자들을 전원 출국시켰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면서, 리재남 등 4명은 단순히 그가 숨진 시점에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내달 2일 두 사람에 대한 다음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판결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현재로선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게 속아 '살해도구'로 이용됐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김정남 암살은 누구도 처벌되지 않은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1일과 22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사건 공판에서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자들은 피고인측 변호인들의 반격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변호인들이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북한 국적자들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한 이유를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의 변호를 맡은 히샴 테 포 테익 변호사는 전날 김정남 암살 수사를 현장 지휘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객관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못했다"며 정치적 외압 때문에 수사가 조기 중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자국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자 작년 3월 말 시신을 넘기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들의 출국을 허용했다.
이와 함께 관련 수사도 사실상 종결됐다. 히샴 변호사는 "(북한으로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들을 말레이시아로 불러올 방안이 있느냐"며 공세를 이어갔고, 아지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그들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흐엉은 작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와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게 한 리지현(34), 홍송학(35), 리재남(58), 오종길(56)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반면 두 사람은 현지에 남아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흐엉과 시티는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말레이 검찰은 같은해 3월 이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검찰이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북한인들에게 속았다는 두 사람의 주장을 뒤집을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의 사인이 급성 VX 중독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피고인들의 손톱과 옷 등에서 VX 부산물을 확인했다.
흐엉은 범행 두 달 전인 2016년 12월 하노이에서 매달 1천 달러(약 106만원)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고용됐으며, 시티는 2017년 1월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영입돼 하루 650링깃(약 18만원)씩을 받으며 수 차례 예행연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하루 수만명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암살 사건의 대가로 보기엔 이들이 받은 돈이 너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세탁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행태도 암살 계획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흐엉과 시티가 두 손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곧장 화장실로 가 손을 씻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법정에 제출했지만 역시 정황증거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까닭에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흐엉과 시티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이란 전망에 차츰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말레이시아가 작년 초 김정남 암살 연루자들을 전원 출국시켰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면서, 리재남 등 4명은 단순히 그가 숨진 시점에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내달 2일 두 사람에 대한 다음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판결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