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약발 다한 혁신도시 효과
작년 국내 인구이동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순이동인구(총전입자에서 총전출자를 뺀 수치)가 7년 만에 다시 늘어났다. 아직 언론 보도조차 없는 걸 보면 이런 변화를 눈치챈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 순이동인구는 혁신도시와 세종시 이주가 본격화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혁신도시와 세종시 이주가 거의 마무리되자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혁신도시·세종시 효과는 단발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 전망이 정확히 맞아 들어가고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사람은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까닭이다. 일자리를 결정하는 국내 산업구조는 지난 세기와 확연히 다르다. 전통 제조업체는 고임금을 피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다. 국내엔 연구개발(R&D) 마케팅 등의 핵심 기능만 남았다.

광역시도 인구유출 속수무책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설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정보기술(IT) 등 첨단 업종과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에 자리잡는 게 유리한 기능과 산업들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의 영향은 올 1월 인구이동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1월 수도권 순이동인구는 8840명 늘어나며 작년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수도권과 함께 순이동인구가 늘어난 곳은 정부부처 이전이 진행 중인 세종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등이 버티고 있는 충남, ‘한 달 살기’ 등의 열풍을 타고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제주 정도다. 전북 전남 경북 등 남부지방과 강원에선 한 달간 2000명 이상 순유출됐다.

인구 유출은 지방 중소도시, 인구 50만 명 전후의 지방 거점도시뿐 아니라 광역시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선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은 울산의 순이동인구 감소가 특히 심각하다. 작년 한 해 동안 1만2100여 명이 순유출됐다.

대전 인구는 지난 1월 150만 명 아래로 주저앉았다. 주로 인근 세종시에 인구를 빼앗기고 있다. 5년간(2012~2016년) 세종시로 이사한 대전 시민이 7만여 명이다. 제2 도시인 부산과 대구도 경제가 위축되면서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에서 빠져나간 인구는 경기도가 흡수하고 있다. 경기 인구는 혁신도시 이전 와중에도 줄어든 적이 없다. 최근 3년간만 25만여 명 늘었다.

유동 인구 늘리는 정책 펴야

이런 상황이라면 일본 같은 지방 소멸 현상이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광역시에서도 일본 같은 빈집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작년부터 뚜렷해진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부분은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처럼 제2 혁신도시 등을 앞세워 인위적인 지방 정주(定住) 인구 늘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수도를 법률에 명시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발표한 게 그 전조란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주 인구보다는 유동 인구 늘리기에 더 힘을 쏟을 것을 권한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휴일이나 휴가 때 지방에 가서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란 얘기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있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방도 살고, 수도권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과 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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