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국민참여예산제’의 본격 시행이다. 올해 예산안에 시범 도입된 국민참여예산제는 국민이 예산사업을 제안·논의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제도다. 국민이 생활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업을 직접 제안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나라 살림이 여론에 휘둘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국민참여예산제를 시범 도입해 6개 사업, 총 422억원을 반영했다.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지원사업’(356억원)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원룸, 오피스텔을 매입해 저소득 1인 여성가구 전용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엔 올해보다 국민참여예산사업을 훨씬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부터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국민참여예산 사업제안 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15일까지 홈페이지(mybudget.go.kr) 등을 통해 내년 예산사업 제안을 받기로 했다. 국민이 제안한 사업은 해당 부처의 적격성 점검을 거쳐 5월 예산요구서에 담긴다. 기재부는 6~7월 예산국민참여단을 발족해 후보사업을 추리고, 국민 설문조사와 참여단 투표를 통해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민참여예산제가 ‘포퓰리즘 예산’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 참여에 따른 효과보다 설문조사 등 행정 비용이나 예산 삭감 시 갈등 비용이 더 커지는 문제도 있다. 국민이 제안한 사업이 정부 예산안에 담기더라도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국회가 해당 예산을 깎을 경우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