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검찰 수사관이 탄 차량이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검찰 수사관이 탄 차량이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과 수사 대상에 오른 보수진영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보수진영은 재판 거부도 불사하며 사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권력의 ‘타깃’이 한쪽으로 쏠린 데 따른 결과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동시에 불법적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옥중 조사’ 거부, 경찰과 극한 대립

뇌물 수수와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를 거부했다. 며칠 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거부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검찰 수사관이 탄 차량이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검찰 수사관이 탄 차량이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동부구치소를 찾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은 이 전 대통령의 조사거부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물을 것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검찰은 구속 후에도 비서진을 비롯해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피의사실을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이 무망하고 추가조사에 응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게 조사거부 사유”라고 전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심 도중 재판을 거부했다.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내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사법부와 검찰을 불신한 모양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미친개’ ‘정권의 사냥개’라는 거친 막말을 쏟아내며 경찰과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한국당 소속 김기현 시장의 비서실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이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도 없는데 직권남용이라며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줄서기가 아니냐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이에 일선 경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항의 인증샷을 올리는 등 들끓고 있다.

◆“무리한 공권력” VS “부당 정치투쟁”

보수진영과 검경·사법부 간 대립이 심해지는 것이 무리한 공권력 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찰과 검찰이 충성경쟁을 벌이는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보수인사를 쥐잡듯이 털고 있고, 직권남용죄를 남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정기관들이 여론몰이와 표적수사 논란을 부르며 사법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법률적인 판단을 정치투쟁으로 몰고가는 보수진영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정에서 해결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지적이다. 과도한 정치투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검찰 수사는 거부하면서 측근을 통해 페이스북에 ‘천안함 8주기를 맞아 참배 가지 못해 유감스럽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도 ‘정치보복의 희생양’이란 프레임을 부각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 절차를 거부하면 결국 본인만 변론권이 줄어들게 마련”이라며 자제를 주문했다.

김주완/이현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