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러시아 외교관 대규모 추방에 "유럽의 가치 위협했기 때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동맹국들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동참하자 "러시아가 국제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 "동맹국들의 대응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 집단 추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하나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14개국과 미국, 캐나다, 우크라이나, 알바니아 등 총 18개국이 스파이를 포함해 러시아 외교관 약 100명을 추방했다.

메이 총리는 "푸틴 대통령 체제에서 러시아는 우리 대륙 및 이를 넘어 공유된 가치와 이익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왔다"면서 "자주적인 유럽의 민주주의를 위해 영국은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어깨를 맞대고 이런 위협을 제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역시 "오늘 동맹국들이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보여준 (러시아에 대한) 이례적인 국제적 대응은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러시아 첩보원 집단추방이 될 것이고 우리 공동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국제 규정을 무시한 뒤 처벌받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메이 영국 총리 "EU·나토와 함께 러시아 위협 제압할 것"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EU가 이번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서 나아가 오는 6월까지 다른 조처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면서 촉발됐다.

메이 총리는 이번 암살 시도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사용된 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자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영국 입국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고위급 인사의 러시아 월드컵 불참, 러시아 자산 동결 검토 등을 뼈대로 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이를 부인하면서 영국 외교관 23명 추방 등으로 맞대응해 양측간 충돌 가능성이 고조됐다.

한편 메이 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솔즈베리시에서 노비촉에 노출된 이들이 13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