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오피니언] "차 1대 팔기 위해 마흔여섯 번 고객 찾아갔습니다"
박광주 기아자동차 테헤란로지점 영업부장(사진)은 반평생을 기아차 ‘영업맨’으로 살았다. 스물네 살에 자동차 영업을 시작해 올해로 25년차다. 그간 박 부장은 누적 판매대수 8000대를 돌파했다. 국내 자동차업계 영업사원 최초 기록이다. 1994년 입사 이후 매년 평균 330대 이상을 팔아온 셈이다.

박 부장은 경북 안동에서 영업맨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상경해 서울 성수동 지하 단칸방에 터를 잡았다. 그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전단을 돌리고 사무실을 전전했다”며 “힘들수록 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오기로 영업했다. 차 한 대를 팔기 위해 마흔여섯 번 고객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고객은 박 부장의 열정적인 태도에 감동해 차를 사갔다. 새벽 3시에 계약서를 쓴 적도 있다.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이 오지 않자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새벽까지 기다렸다. 박 부장은 “귀갓길에 사고가 난 고객이 새벽 3시가 돼서야 연락이 닿았다”며 “새벽까지 기다린 나를 믿고 무조건 차를 사겠다며 바로 계약서를 썼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입사 첫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혈혈단신 서울에 올라와 오직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당시 판매왕은 박 부장보다 판매량이 두 배가량 많았다. 그는 “신인왕에 오르자 판매왕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며 “선후배는 물론 고객에게도 판매왕을 못하느니 영업일을 그만두겠다”고 공언했다. 박 부장은 외환위기 때도 이를 악물고 차를 팔았다. 동료들은 한 해 열 대의 차도 팔기 힘든 시절 박 부장은 80여 대를 팔았다. 그리고 1999년 박 부장은 입사 5년 만에 판매왕 반열에 올랐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박 부장은 기아차가 우수 영업사원을 포상하기 위해 매년 여는 ‘기아 스타어워즈’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부장은 본인의 판매 비결을 ‘지인 영업’이라고 했다. 영업사원들 사이에 가장 금기시되는 것이 지인 영업 아니냐고 묻자 “단언하건대 단 한 번도 먼저 내가 차를 사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진심으로 사람을 사귀고 한결같이 옆을 지키자 자연스레 차를 살 땐 나를 찾더라”고 덧붙였다. 등산이 취미라는 그는 “항상 내려오는 길을 생각한다”며 “언제까지나 판매왕의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판매왕 박광주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 박광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