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사고땐 이른 시일 내 재시험…출제인원·예산·보안 등 과제 산적
지진대비 수능 문제 '두 세트' 첫 도입…난이도 조절 관건
정부가 2019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문항'을 만들기로 한 것은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수능 시험 도중 지진이 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예비문항을 만드는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예비문항을 만들어 수능 당일 지진이 터지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재시험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실상 수능 문제를 '두 세트' 만드는 셈이다.

다만, 예비문항을 본 수능과 정확히 같은 개념을 묻는 문제들로 배치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평가원은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예비문항을 활용할지도 시나리오별로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능 당일 3교시 영어영역 시험이 진행 중인 오후 2시께 특정 지역에 지진이 일어나 일부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했다면 1∼2교시 시험 결과는 그대로 인정하고 3교시 이후만 다시 치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지난해처럼 수능 전에 지진이 발생해 수능이 연기될 수도 있고, 수능 당일에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여러 시나리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다시 내려면 한 달가량 걸린다.

하지만 예비문항이 있다면 재시험이 결정된 뒤 고사장 재배치와 예비소집 등을 하며 문답지를 인쇄·배부하면 된다.

보안 문제 때문에 문답지는 사전에 인쇄하기보다는 CD 등 저장 매체에 저장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대입정책과 관계자는 "지진이 나면 고사장 안전진단·재배치 등 시험을 다시 치르는 데 필요한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 이 기간에 문답지를 인쇄하면 되는데 일부 영역이면 1주일, 전 영역이면 2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건은 난이도 조절이다.

지진이 날 경우 전국적인 피해보다는 일부 지역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재시험을 일부 지역에서 치를지, 전국적으로 치를지 등에 따라 난이도 차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절대평가 방식인 영어와 한국사영역의 경우 예비문항의 난이도가 본 수능과 다르다면 수시모집 결과에 영향이 생기는 등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창훈 본부장은 "예비문항의 난이도도 중요한데 동등화(문항간의 난이도를 맞추기 위한 기법) 문제까지 검토해 포괄적으로 준비하겠다"며 "전체 세트의 난이도까지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에 들어가는 인력·예산·기간도 늘어난다.

수능 출제에는 통상 출제·검토위원 400명가량과 관리인력 300명가량 등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34일 안팎의 '감금' 생활을 하며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제 인력이나 기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한데 출제위원이 된 교사·교수분들이 작지 않은 불편과 수업 결손 등을 감수해야 하므로 섭외 단계부터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며 "교육부도 출제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교육부는 예비문항이 계속 쌓일 경우, 올해부터 문항별 출제 근거(성취기준)를 공개하는 작업과 맞물려 장기적으로는 문제은행식 수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