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두 부부… 배꼽잡는 '거짓말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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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5일 개봉 '바람 바람 바람'
20년간 택시 운전을 하면서 틈틈이 바람을 피워온 이성민, 그의 손에 이끌려 뒤늦게 ‘외도의 세계’에 입문한 매제 신하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사랑에 빠진 듯한 신하균의 아내 송지효. 세 사람 앞에 매력적인 여인 이엘이 나타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네 남녀의 불륜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이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젊은 세대의 현실 공감 코미디 ‘스물’로 히트한 이병헌 감독이 펼친 30~40대 부부의 이야기다. 정통 멜로라면 불륜을 당연히 가정을 파탄내는 악마로 그려내겠지만, 이 코미디는 불륜을 무뎌진 부부 관계를 더욱 매끄럽게 할 수 있는 윤활유로 취급한다. 나아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불륜에 빠진 신하균의 변화를 보자. 그는 집안에서 ‘미세먼지’ 같은 존재였지만 이엘과 은밀한 쾌락에 빠지면서 역동적인 인물로 바뀐다. 그를 위해 요리해주다가 숨은 요리 실력을 발견한다. 그가 주방에 들어선 뒤 찬바람이 불던 아내의 레스토랑에 손님이 모여든다. 시들하던 부부 관계도 생기발랄해진다. 신하균과 송지효 부부는 의무감으로 지탱하던 경직된 관계여서 발전할 가능성도 적었다. 은밀한 관계가 부부의 사랑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 것이다. 생명력이 긴 사랑에는 유희와 진지함이 혼재돼 있다는 얘기다.
불륜은 또한 파국을 막는 진정제 역할도 한다. 배우자가 외도할 때 흔한 대처법은 맞바람이다. 놀랍게도 네 주인공은 모두 바람의 주인공들로 드러난다. 맞바람은 배우자에 대한 질투와 증오를 누그러뜨려 가정의 평화(?)를 오히려 지켜낼 힘을 준다.
영화는 사랑이 지닌 비밀과 거짓말의 속성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요 인물들에게 은밀한 쾌락의 대상자는 누설해선 안 되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의 예술’을 동원한다. 때로는 몸개그까지 써야 한다. 신하균이 내연녀와 동침하고, 발각되지 않기 위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몰래 넘나드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이 영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가정의 평화가 굳건히 지켜진다는 것이다. 불륜은 비극이 아니라 희극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참여자가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한계를 직시한 까닭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네 남녀의 불륜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이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젊은 세대의 현실 공감 코미디 ‘스물’로 히트한 이병헌 감독이 펼친 30~40대 부부의 이야기다. 정통 멜로라면 불륜을 당연히 가정을 파탄내는 악마로 그려내겠지만, 이 코미디는 불륜을 무뎌진 부부 관계를 더욱 매끄럽게 할 수 있는 윤활유로 취급한다. 나아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불륜에 빠진 신하균의 변화를 보자. 그는 집안에서 ‘미세먼지’ 같은 존재였지만 이엘과 은밀한 쾌락에 빠지면서 역동적인 인물로 바뀐다. 그를 위해 요리해주다가 숨은 요리 실력을 발견한다. 그가 주방에 들어선 뒤 찬바람이 불던 아내의 레스토랑에 손님이 모여든다. 시들하던 부부 관계도 생기발랄해진다. 신하균과 송지효 부부는 의무감으로 지탱하던 경직된 관계여서 발전할 가능성도 적었다. 은밀한 관계가 부부의 사랑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 것이다. 생명력이 긴 사랑에는 유희와 진지함이 혼재돼 있다는 얘기다.
불륜은 또한 파국을 막는 진정제 역할도 한다. 배우자가 외도할 때 흔한 대처법은 맞바람이다. 놀랍게도 네 주인공은 모두 바람의 주인공들로 드러난다. 맞바람은 배우자에 대한 질투와 증오를 누그러뜨려 가정의 평화(?)를 오히려 지켜낼 힘을 준다.
영화는 사랑이 지닌 비밀과 거짓말의 속성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요 인물들에게 은밀한 쾌락의 대상자는 누설해선 안 되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의 예술’을 동원한다. 때로는 몸개그까지 써야 한다. 신하균이 내연녀와 동침하고, 발각되지 않기 위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몰래 넘나드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이 영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가정의 평화가 굳건히 지켜진다는 것이다. 불륜은 비극이 아니라 희극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참여자가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한계를 직시한 까닭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