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비행기가 아니라 열차를 이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27일 김정은이 열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북·중 교역의 상징인 압록강 철교를 건너 방중함으로써 중국까지 참여한 대북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로 양국 간 교역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육로 행보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돌파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내 이동 때도 전용기를 애용한 김정은이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건 노림수가 있다는 뜻”이라며 “철교를 통해 국경을 돌파함으로써 북·중 교역의 부활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의 공고함을 과시하고 방중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열차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열차를 이용해 장시간 ‘특급 의전’을 받음으로써 중국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항공기로 비밀리에 입국할 수 있었는데 열차를 이용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아버지 김정일이 이용하던 철로를 따라감으로써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준 효과도 있었다. 김정일은 집권 후 여덟 차례의 중국 방문은 물론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2001년) 때도 항공기가 아니라 열차를 이용했다.

김정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의식해 철로를 이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항공이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보 당국자는 그러나 “김여정이 평창을 방문할 때 항공기를 이용한 점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