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金, 시진핑에 비핵화는 선대유훈 언급' 거론하며 "긍정적 영향 예상"
中 적극 개입, '남북미→남북미중' 복잡해진 판…문 대통령 '운전자론' 시험대
北, 제재동참 中과 관계복원으로 '최대압박' 차질 우려도…靑 "모든 가능성 염두"
북중정상 '깜짝 접촉'… 靑, 남북·북미회담 영향 촉각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인 정상회담이 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비핵화 이슈의 핵심 당사자인 북미 간 '담판'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쐐기를 박으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중국이라는 또 하나의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다소 복잡해질 조짐을 보여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국내외적으로 공인받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지 아니면 더욱 탄력을 받을지도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우선 청와대는 북중정상회담 사실이 공식 발표된 직후 이 만남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북중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 유훈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런 내용을 봤을 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앞두고 갑자기 '끼어드는' 모양새로 비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미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고 시 주석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주창해왔다는 측면에서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테이블에 올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인 셈이다.

실제로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선대의 비핵화 유훈이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며 "우리는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천명했다.

청와대는 이런 두 정상의 대화로 미뤄봤을 때 지금까지 추진해온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일단은 기대하고 있다.
북중정상 '깜짝 접촉'… 靑, 남북·북미회담 영향 촉각
하지만 청와대도 이를 마냥 긍정적인 분위기로만 예단하지 않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장 청와대는 그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전격적으로 열렸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새 변수가 돌출했다는 측면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중 정상 간 만남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기류가 굉장히 빠르게 변해서 그 시기를 조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적어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는 교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다시 말해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이 남북미 간의 '게임'이 열리기 전에 본격적인 개입을 시도하면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물론 북한도 중국을 '우군' 삼아 목소리를 더욱 높이려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과 배치되는 '선(先)조치 후(後)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청와대로서는 '찜찜한' 대목이다.

물론 김 위원장은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의 방북 시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을 전제로 한 비핵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군인 중국과 이를 공식적으로 공유했다는 점에서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좌하겠다는 결심한 극적인 변화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사상 최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중국과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제재의 끈이 헐거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에 북한이 굴복할 유인 요소를 약화함으로써 곧 있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우리가 지금까지 예상했던 상황을 뛰어넘는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진행되는 부분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그간 대북 최대 압박이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던 만큼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북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