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소동 벌인 실업자… 아버지 죽음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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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풍자 뮤지컬 '존 도우' '브라더스…' 나란히 무대에
블랙코미디 '존 도우'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가 원작
음악·춤 활기차고 웃음 자아내
스릴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모티브
음악·무대·연출 어둡고 무거워
블랙코미디 '존 도우'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가 원작
음악·춤 활기차고 웃음 자아내
스릴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모티브
음악·무대·연출 어둡고 무거워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었던 걸지도 몰라.”(뮤지컬 ‘존 도우’ 중 대사)
“누가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누가 죽이고 싶어했는지가 더 중요하지.”(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대사)
사회 풍자적인 내용의 뮤지컬 두 편이 대학로에서 동시에 공연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존 도우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다.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스토리가 극적이거나 경쾌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등 오락적 요소에 집중한 작품이 많은데, 이들 작품은 진지한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어 화제다.
존 도우는 세계가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에 한 신문사가 평범한 시민의 자살 예고기사를 내보내며 시작된다. “존 도우라는 신원 미상의 사람이 ‘취업난을 방치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살하겠다’는 예고장을 신문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신문사가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만든 가짜뉴스였다. 사람들은 거짓말에 깜빡 속는다. 불황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존 도우의 심정에 공감하고 이 뉴스는 전국을 휩쓴다. 신문사는 사람을 고용해 존 도우 연기를 시키는 지경에 이른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네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누가 죽였는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죽음 자체에 집중하지만 곧 모두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이들이 아버지를 미워한 이유는 돈, 여자, 지식 등 다양하다. 형제들은 알리바이를 대며 자신은 아버지 죽음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분간이 안 된다. 각자 스스로의 기억을 조작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두 작품은 사회가 경험하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존 도우에서 언론과 정치인은 가상의 영웅을 만들어 내고 그를 통해 탐욕을 추구한다. 이들은 진실이 뭔지를 놓고 대중과 숨바꼭질한다. 대중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보다 비관적이다. 이 작품에서 형제들은 “다들 아버지를 미워했기 때문에 누가 실제로 아버지를 죽였는지는 의미 없다”는 걸 깨닫는다. 존 도우는 사건의 실체가 중요하다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중요치 않다는 상반된 관점을 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고전 콘텐츠를 모티브로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존 도우는 아카데미 3관왕 감독인 프랭크 카프라(1897~1991)의 1941년 개봉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원작이다. 그러나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뿐 줄거리는 ‘새로 썼다’고 해도 될 만큼 상당 부분 다르다. 두 작품 모두 창작 초연이다.
두 공연은 연출 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존 도우는 블랙코미디 장르다. 음악과 춤이 활기차고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많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스릴러다. 음악, 무대디자인, 연출 등이 시종일관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다. 규모도 차이가 난다. 존 도우는 중극장 작품(700여 석 규모)이고 배우가 10명 이상 나오는 장면이 많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소극장 작품(250여 석 규모)이고 배우는 5명이 전부다. 존 도우 3만3000~7만7000원,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전석 6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누가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누가 죽이고 싶어했는지가 더 중요하지.”(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대사)
사회 풍자적인 내용의 뮤지컬 두 편이 대학로에서 동시에 공연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존 도우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다.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스토리가 극적이거나 경쾌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등 오락적 요소에 집중한 작품이 많은데, 이들 작품은 진지한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어 화제다.
존 도우는 세계가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에 한 신문사가 평범한 시민의 자살 예고기사를 내보내며 시작된다. “존 도우라는 신원 미상의 사람이 ‘취업난을 방치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살하겠다’는 예고장을 신문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신문사가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만든 가짜뉴스였다. 사람들은 거짓말에 깜빡 속는다. 불황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존 도우의 심정에 공감하고 이 뉴스는 전국을 휩쓴다. 신문사는 사람을 고용해 존 도우 연기를 시키는 지경에 이른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네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누가 죽였는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죽음 자체에 집중하지만 곧 모두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이들이 아버지를 미워한 이유는 돈, 여자, 지식 등 다양하다. 형제들은 알리바이를 대며 자신은 아버지 죽음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분간이 안 된다. 각자 스스로의 기억을 조작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두 작품은 사회가 경험하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존 도우에서 언론과 정치인은 가상의 영웅을 만들어 내고 그를 통해 탐욕을 추구한다. 이들은 진실이 뭔지를 놓고 대중과 숨바꼭질한다. 대중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보다 비관적이다. 이 작품에서 형제들은 “다들 아버지를 미워했기 때문에 누가 실제로 아버지를 죽였는지는 의미 없다”는 걸 깨닫는다. 존 도우는 사건의 실체가 중요하다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중요치 않다는 상반된 관점을 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고전 콘텐츠를 모티브로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존 도우는 아카데미 3관왕 감독인 프랭크 카프라(1897~1991)의 1941년 개봉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원작이다. 그러나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뿐 줄거리는 ‘새로 썼다’고 해도 될 만큼 상당 부분 다르다. 두 작품 모두 창작 초연이다.
두 공연은 연출 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존 도우는 블랙코미디 장르다. 음악과 춤이 활기차고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많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스릴러다. 음악, 무대디자인, 연출 등이 시종일관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다. 규모도 차이가 난다. 존 도우는 중극장 작품(700여 석 규모)이고 배우가 10명 이상 나오는 장면이 많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소극장 작품(250여 석 규모)이고 배우는 5명이 전부다. 존 도우 3만3000~7만7000원,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전석 6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