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장과 공모해 명의를 빌려주고 브로커 영업을 부추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3일 변호사 자격증을 무단 대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조모 변호사와 박모 사무장 등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조 변호사 등은 2013~2015년 자신이 운영하는 변호사사무소 소속 사무장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대여료나 수임료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겼다. 사무장들은 빌린 명의로 500여 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해 8억여원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씨는 2013년 3월부터 약 3년간 286건의 개인회생신청 사건 등을 처리하고 수임료로 4억1800여만원을 챙겼다. 돈이 없는 의뢰인에게는 대부업체를 소개해 대출금으로 수임료를 받아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명의를 빌린 대가로 변호사에게는 일정액의 사례를 지급했다.

이런 행태에 대해 대법원은 “변호사 제도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는 곧 징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변호사 명의대여와 불법수임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많은 중소형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 등이 의뢰인을 면담하고 대신 처리하는 일이 만연해 있다.

법무부와 대한변협 등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변호사 중개제’ 등의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불법 행위는 오히려 증가세다. 명의 대여나 부정수임으로 적발된 변호사 수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 10명 안팎이었지만 최근 50~60명으로 늘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서비스시장이 어려워져 변호사업계의 탈법이 크게 늘었다”며 “개인회생이나 파산 신청자들은 악성 브로커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