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면접관으로 나선 손태승 우리은행장(오른쪽)이 직업고 재학생 지원자와 현장 채용면접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일일면접관으로 나선 손태승 우리은행장(오른쪽)이 직업고 재학생 지원자와 현장 채용면접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기열에 길게 늘어선 여고생들은 쉴 새 없이 뭔가를 읊조렸다. 간밤에 잠을 설쳐가며 수백 번 외웠을 면접용 답변들이다. 현장 채용을 하겠다는 우리은행 부스 앞은 예비 행원이 되려는 직업고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올 상반기 채용이 끝나 오늘 채용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 아쉽지만 우수한 고졸 행원을 위한 채용 기회를 좀 더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현장면접 700여 명 몰려

올해 고졸인재 잡콘서트엔 KB금융그룹과 신한, 우리,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참가했다. 이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현장 면접을 통해 고졸 인재 선발에 나서면서 700여 명의 학생이 몰렸다. 신일비즈니스고 금융자산운용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성민 학생은 “작년에는 선배들 면접 보는 것을 지켜봤는데 이번엔 직접 면접을 보게 됐다”며 “자기소개서를 수백 번 수정하고, 은행원 선배들까지 퇴근 후 오셔서 밤늦게까지 모의면접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일일면접관으로 활약했다. 면접을 마친 뒤 손 행장은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는 학생들을 보니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다”며 “어린 나이에 입행한 고졸 출신 행원들이 조직에 잘 적응해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전국 589개 직업고를 위해 일자리 창출 및 인재 육성 프로그램(매직고 프로젝트)을 마련했다. 지역별로 직업고 학생을 선발해 현장실습과 금융캠프 기회 등을 마련해 실무형 인재로 육성하고, 이들 채용 기업에 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열정 갖춘 현장 맞춤형 인재 원해”

이날 은행관은 직업고 학생들의 열의로 쉴 새 없이 북적였다. 서울 등촌동에 있는 경복비즈니스고에 재학 중인 김소희 학생(3학년)은 “매일 밤 10시까지 남아서 금융반 학생들과 현장 모의면접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금융반은 성적순으로 선발되고, 오늘 면접에 동행한 인원은 총 19명이다. 광명경영회계고 황예성 학생(3학년)은 “현장에 와보니 경쟁자가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느꼈다”며 “경쟁자를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상담부스에서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한 부분은 올해 채용 시기와 채용 규모였지만 대부분 은행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은행 인사 담당자는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채용 관련 모범규준을 마련해 올해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미확정 상태”라며 “예년보다는 채용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취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몰려들면서 점심시간도 잊은 채 상담이 이뤄졌다.

김성욱 신한은행 인사부 차장은 “주로 학교 성적, 자격증 등 스펙 수준을 묻는데 은행마다 구체적인 인재상이 있다”며 “스펙보다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적극성과 열정을 본다”고 강조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쉼 없이 면접을 진행한 우리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행원이 되려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해왔는지 의욕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런 학생들이 입행하니 영업 현장에서도 고졸 인재들의 업무 성취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박현희 인턴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