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서면서 향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8일 발표한 개편안의 1차 목표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의선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배구조를 바꾼 이후에도 그룹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이기 때문에 정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건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은 뒤 조금씩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자율주행차, 친환경자동차 등의 분야는 정 부회장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나머지 분야에서는 최대한 공개행보를 자제했다.

정 부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진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 인도, 유럽 등지를 거의 매달 오가며 시장 상황을 챙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중국 충칭공장(5공장)을 돌았고,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는 기자들과 격의없이 대화했다.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국내 설명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앞으로 정 부회장이 더 적극적인 외부활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내 가장 많은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그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등기이사다. 정 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 3개 계열사에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현대건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50대가 주축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57)과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53), 문대흥 현대파워텍 사장(57),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55) 등이 새로 선임되면서 대부분 계열사를 50대 사장이 이끌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 부회장이 미래차 등 일부 영역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앞으로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는 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