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파수꾼' 한국조폐공사, 글로벌 톱5 조폐보안기업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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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조폐공사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지폐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얼마나 될까. 답은 6개국이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한국이다. 현재 이들 6개국만 지폐 원료인 면펄프에서부터 종이돈 인쇄에 사용되는 특수잉크, 지폐에 들어가는 각종 보안장치와 특수인쇄 기술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돈을 만드는 곳이 공기업인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다. 조폐공사 임직원들은 “대한민국은 조폐주권(造幣主權)을 가진 나라”라고 했다.
‘조폐주권’ 수호하는 조폐공사
조폐공사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화폐 발행량을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 화폐(은행권과 주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국내 공기업 중 유일한 제조업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1일 피란지인 부산의 허름한 목조 건물에서 282명의 직원과 낡은 기계 몇 대로 작업을 시작했다. 조폐공사는 이후 67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쳐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설비를 갖춘 ‘글로벌 톱5 조폐보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조폐공사는 전국에 세 곳의 주요 사업장을 두고 있다. 대전에는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기술연구원, 주민등록증과 전자여권 등을 만드는 ID본부도 대전에 있다. 경북 경산엔 은행권과 주화 등을 만드는 화폐본부가 있다. 충남 부여에는 은행권 재료인 용지를 제조하는 제지본부가 있다.
조폐공사는 해외 자회사도 두고 있다.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 포스코대우와 합작해 설립한 면펄프 생산업체 GKD(Global KOMSCO Daewoo, KOMSCO는 조폐공사의 영문 이름)다.
지폐는 종이가 아닌 면재료로 만든다. 잘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폐공사는 면펄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GKD를 세웠다. 설립 초기엔 판로 개척 어려움 등으로 적자를 냈지만 최근에는 4년 연속 순이익을 낼 정도로 경영이 안정됐다. 국내 본사에 전담 마케팅부서를 만들고 본격적인 글로벌 영업에 나선 덕분이다. GKD는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성공사례로 소개될 만큼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다. 세계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 조폐기관이 GKD의 면펄프 구매를 늘리고 있다.
150여 종 제품 만들어
은행권(지폐)과 주화(동전) 생산은 조폐공사의 주력 사업이다. 핵심 경쟁력은 은행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인쇄 기술과 첨단 위·변조 방지 기술, 동전을 만들면서 축적한 압인 기술에서 나온다. 압인(coining)은 동전의 무늬를 새긴 금형(틀)에 소전(무늬가 들어가지 않은 동전 소재)을 넣어 동전에 있는 무늬를 찍어내는 작업이다.
사업 영역은 화폐 제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폐공사는 은행권 제조 기술을 활용해 기념지폐, 수표, 증권과 채권 등 유가증권은 물론 백화점 상품권, 전통시장에서 쓰는 온누리 상품권과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 상품권도 만든다. 압인 기술을 활용해 기념메달과 기념주화, 올림픽 메달, 정부가 수여하는 각종 훈장과 포장도 제조한다.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청소년증, 복지카드, 장애인카드 등 국가 신분증(ID)도 만든다.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특수 보안용지와 특수잉크, 금 시장 투명화를 위한 골드바 제품도 생산한다. 생산 제품 종류가 150여 가지에 달한다.
‘화폐’와 ‘ID’는 조폐공사의 두 날개로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서는 ‘공공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이다. 가짜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폐공사는 제품 생산을 통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공공의 신뢰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조폐공사의 경영 여건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전자지급 수단 확산으로 ‘동전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한은의 화폐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다. 2009년 연간 10억 장가량이던 은행권 제조량은 지난해 6억 장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조폐공사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매출은 4778억원으로 전년보다 135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29억원 각각 늘었다. 2014년 4276억원이었던 매출이 2015년 4595억원, 2016년 4643억원, 2017년 4778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매년 증가했다.
이는 조폐공사가 정품인증이나 메달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지난해 조폐공사의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576억원에 달했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연말 기준 차입금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제로(0)’였다.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조폐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고 등급(A)을 획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았다. 고객만족도 평가 대상 232개 공공기관 중 S등급은 조폐공사를 포함해 모두 19곳뿐이었다.
블록체인 기술로 미래 개척
갈수록 줄어드는 화폐 제조량은 조폐공사가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 과제다.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각종 신분증이 모바일 기반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조폐공사로선 ‘악재’다. 조폐공사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공 진본성 입증 서비스’라는 신사업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콤스코(KOMSCO) 신뢰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거래 정보를 분산해 각각의 블록에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가짜’ 상품을 가려내는 정품인증, 메달을 생산하는 특수압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조 사장은 “위·변조 방지 기술 등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쓴 결과 ‘작지만 강한 공기업’이 됐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개발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진짜’임을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조폐주권’ 수호하는 조폐공사
조폐공사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화폐 발행량을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 화폐(은행권과 주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국내 공기업 중 유일한 제조업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1일 피란지인 부산의 허름한 목조 건물에서 282명의 직원과 낡은 기계 몇 대로 작업을 시작했다. 조폐공사는 이후 67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쳐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설비를 갖춘 ‘글로벌 톱5 조폐보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조폐공사는 전국에 세 곳의 주요 사업장을 두고 있다. 대전에는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기술연구원, 주민등록증과 전자여권 등을 만드는 ID본부도 대전에 있다. 경북 경산엔 은행권과 주화 등을 만드는 화폐본부가 있다. 충남 부여에는 은행권 재료인 용지를 제조하는 제지본부가 있다.
조폐공사는 해외 자회사도 두고 있다.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 포스코대우와 합작해 설립한 면펄프 생산업체 GKD(Global KOMSCO Daewoo, KOMSCO는 조폐공사의 영문 이름)다.
지폐는 종이가 아닌 면재료로 만든다. 잘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폐공사는 면펄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GKD를 세웠다. 설립 초기엔 판로 개척 어려움 등으로 적자를 냈지만 최근에는 4년 연속 순이익을 낼 정도로 경영이 안정됐다. 국내 본사에 전담 마케팅부서를 만들고 본격적인 글로벌 영업에 나선 덕분이다. GKD는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성공사례로 소개될 만큼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다. 세계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 조폐기관이 GKD의 면펄프 구매를 늘리고 있다.
150여 종 제품 만들어
은행권(지폐)과 주화(동전) 생산은 조폐공사의 주력 사업이다. 핵심 경쟁력은 은행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수인쇄 기술과 첨단 위·변조 방지 기술, 동전을 만들면서 축적한 압인 기술에서 나온다. 압인(coining)은 동전의 무늬를 새긴 금형(틀)에 소전(무늬가 들어가지 않은 동전 소재)을 넣어 동전에 있는 무늬를 찍어내는 작업이다.
사업 영역은 화폐 제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폐공사는 은행권 제조 기술을 활용해 기념지폐, 수표, 증권과 채권 등 유가증권은 물론 백화점 상품권, 전통시장에서 쓰는 온누리 상품권과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 상품권도 만든다. 압인 기술을 활용해 기념메달과 기념주화, 올림픽 메달, 정부가 수여하는 각종 훈장과 포장도 제조한다.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청소년증, 복지카드, 장애인카드 등 국가 신분증(ID)도 만든다.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특수 보안용지와 특수잉크, 금 시장 투명화를 위한 골드바 제품도 생산한다. 생산 제품 종류가 150여 가지에 달한다.
‘화폐’와 ‘ID’는 조폐공사의 두 날개로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서는 ‘공공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이다. 가짜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폐공사는 제품 생산을 통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공공의 신뢰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조폐공사의 경영 여건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전자지급 수단 확산으로 ‘동전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한은의 화폐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다. 2009년 연간 10억 장가량이던 은행권 제조량은 지난해 6억 장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경영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조폐공사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매출은 4778억원으로 전년보다 135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29억원 각각 늘었다. 2014년 4276억원이었던 매출이 2015년 4595억원, 2016년 4643억원, 2017년 4778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매년 증가했다.
이는 조폐공사가 정품인증이나 메달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지난해 조폐공사의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576억원에 달했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연말 기준 차입금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제로(0)’였다.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조폐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고 등급(A)을 획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았다. 고객만족도 평가 대상 232개 공공기관 중 S등급은 조폐공사를 포함해 모두 19곳뿐이었다.
블록체인 기술로 미래 개척
갈수록 줄어드는 화폐 제조량은 조폐공사가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 과제다.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각종 신분증이 모바일 기반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조폐공사로선 ‘악재’다. 조폐공사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공 진본성 입증 서비스’라는 신사업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콤스코(KOMSCO) 신뢰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거래 정보를 분산해 각각의 블록에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가짜’ 상품을 가려내는 정품인증, 메달을 생산하는 특수압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조 사장은 “위·변조 방지 기술 등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쓴 결과 ‘작지만 강한 공기업’이 됐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개발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진짜’임을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