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2대2' 구도 형성…개헌정국서 '캐스팅보터' 부상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조…추경 등 현안 이견과 20석 유지가 과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잠정 합의하면서 그간 여야 3당 체제로 운영돼온 국회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평화당과 정의당의 '제4 교섭단체'가 정국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개헌은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임박한 4월 임시국회 현안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쥘지 주목된다.

정의당은 29일 상무위원회를 열어 전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에 도출된 잠정합의안을 공식 의결했다.

정의당이 30일 또는 3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합의안을 최종 추인하고 평화당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보고 절차를 거치면 양당의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은 이르면 내주 초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개 교섭단체 체제에서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재편되게 된다.

현행 3개 교섭단체 체제에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사실상의 '범(凡)보수'를 형성해 여당인 민주당을 압박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범진보'로 분류되는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꾸리게 됨에 따라 형식상 원내 구도는 진보와 보수 2대2로 맞춰지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평화의 정의의 의원모임'이 국회 개헌 협의체에도 참여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잠재적 우군을 얻게 됐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헌에 진정성을 가진 교섭단체가 하나 늘어난 것"이라면서 "민주당에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어렵게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키로 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조율할 것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단 개헌 문제와 관련해 양당은 권력분산을 위한 절충안인 '총리 국회 추천제'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앞세워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화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의 경우 헌법에 국회의 총리 추천권을 규정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밀어붙이고 있다.

정의당의 경우 총리추천제를 당론으로 못 박기보다는 여야 합의 성사를 위해 제시할 타협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양당 간에 다소 온도차가 있다.

하지만 정의당은 당내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일단 협상 테이블에서는 평화당과 총리추천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통화에서 "총리선출제가 대통령제의 대체재라면 총리추천제는 보완재의 성격"이라며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부가 4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추경안 처리에 있어서는 양당의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평화당 황주홍 정책위의장은 앞서 지난 25일 "정부가 이번 추경을 호남 일자리 추경으로 편성한다면 평화당은 정부의 추경 편성에 비판적 지지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금호타이어 경영위기로 악화된 호남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사업 예산이 추경에 반영된다면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정의당은 정부 추경안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는 지난 15일 논평에서 "2018년 예산안 처리 3개월 만에 추경 방침을 밝힌 것은 정부 예산안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책임하게 편성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27일 국회를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번 추경이 '지방선거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시각차 때문에 최근 양당이 합의한 7가지 정책 공조 과제에는 추경 안건이 빠져있다.

공동교섭단체의 의석수가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을 더해 구성 요건인 20석을 간신히 채운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정의당은 협상 과정에서 평화당 현역 의원들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달라고 요구했고, 평화당에서는 의석규모를 책임 있게 유지한다는 뜻을 밝히는 선에서 논의를 일단락지은 상태다.

하지만 평화당이 영입을 추진하는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교섭단체 참여가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현역 의원이 한 명만 이탈해도 교섭단체가 공중분해 될 수 있는 만큼 논란의 불씨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