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86년 부산미문화원 점거 때 미국측서 정부에 변상 요구
1986년 부산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당시 미국측에서 우리 정부에 기물 파손을 이유로 1만2천여달러의 변상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당시 외교문서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1986년 5월 21일 대학생 20여명이 부산 소재 미국 문화원을 점거하려다 연행된 사건으로 카펫과 문, 소파 등을 교체했다며 1만2천34달러를 배상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외교부는 당시 충분한 경비조치를 취해 법적인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외교공관의 경우 호의적 견지에서 시설물 등 피해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다수 국가의 관례"라며 전액 배상을 검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가배상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를 끼친 때로 한정된다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외교부 당국자가 1987년 1월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재산상 피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한미간에 공식 거론되고 외부에 알려지면 잊혀져가고 있는 (1982년의)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상기시키게 되고 학생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인바 이는 대학생들의 반미감정을 다시 자극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또 정부가 변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 국제 선례가 돼 국제법 관련 자료 등에 자주 인용될 수 있다며 이를 가급적 피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주한미대사관측은 상부에 이 같은 면담내용을 보고했으나 별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외교문서에 기재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