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전두환 정권 비판 '태극기 변형' 삽화에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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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이 거세지던 1986∼87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전두환 정권에 비판적인 기고문과 함께 변형된 태극기 삽화가 실리자 정부가 한국 체류 외국인 기고자에 대한 비자 연장 거부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당시 외교문서에 의하면 뉴욕타임스 1986년 4월2일자에는 로버트 E. 화이트 전 주엘살바도르 미국대사의 '서울에 대한 충분한 소심함'(Enough Timidity Toward Seoul)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비춰 미 정부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취지 기고문에는 다른 작가가 그린 태극기 삽화가 활용됐다.
그런데 이 삽화는 4괘를 수갑이나 철창처럼 보이게 하는 등 태극기를 변형시켰다.
이에 외교부가 주한미대사관에 '국기 모독'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히고, 주뉴욕총영사가 뉴욕타임스에 '국기는 한국인들의 존중과 존경의 대상'이라는 내용 항의 서한을 보냈다.
재외공관 관계자들은 미 국무부와 뉴욕타임스 관계자들을 만나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후 뉴욕타임스가 한국 측의 반박 서한을 지면에 게재하고, '한국 국기와 국가, 국민을 모독할 의도는 없었다'는 서한을 보내오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10개월이 지나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전두환 정권에 비판적 메시지를 내놓던 감리교 신학대 교수 에드워드 W. 포이트라스 목사가 1987년 2월23일자 뉴욕타임스에 '연기를 내뿜는 화산,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는데, 태극과 쇠고랑이 연결된 디자인의 다른 작가가 그린 태극기 삽화가 활용된 것이다.
포이트라스 목사는 기고문에서 약 2주 전의 박종철 열사 추도회를 짚으며 '한국인 대부분은 광주대학살 등 정권 장악 과정의 유혈성으로 전 대통령에 적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외교 당국은 즉각 국무부와 뉴욕타임스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또 법무부와 외무부, 문교부, 문공부 등 정부 당국이 총동원돼 국내에 있던 목사도 압박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장이 목사를 불러 경고했고, 문교부와 외무부도 대학과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재발 방지 조치를 요청했다.
특히 정부는 내부 회의에서 포이트라스 목사에 대해 3월 만료가 예정된 비자의 연장 불허 방침까지 한때 결정했으나, 실제 목사가 연장을 신청하자 결국 6개월 단기 사증 발급으로 선회했다.
이는 포이트라스 목사가 삽화에 대해서는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점, 체류 연장을 거부하면 미 국무부·의회·언론의 비난이 예상된다는 점, 출국을 거부해 강제 추방할 경우 그를 극단적 반한 인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당시 외교문서에 의하면 뉴욕타임스 1986년 4월2일자에는 로버트 E. 화이트 전 주엘살바도르 미국대사의 '서울에 대한 충분한 소심함'(Enough Timidity Toward Seoul)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비춰 미 정부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취지 기고문에는 다른 작가가 그린 태극기 삽화가 활용됐다.
그런데 이 삽화는 4괘를 수갑이나 철창처럼 보이게 하는 등 태극기를 변형시켰다.
이에 외교부가 주한미대사관에 '국기 모독'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히고, 주뉴욕총영사가 뉴욕타임스에 '국기는 한국인들의 존중과 존경의 대상'이라는 내용 항의 서한을 보냈다.
재외공관 관계자들은 미 국무부와 뉴욕타임스 관계자들을 만나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후 뉴욕타임스가 한국 측의 반박 서한을 지면에 게재하고, '한국 국기와 국가, 국민을 모독할 의도는 없었다'는 서한을 보내오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10개월이 지나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전두환 정권에 비판적 메시지를 내놓던 감리교 신학대 교수 에드워드 W. 포이트라스 목사가 1987년 2월23일자 뉴욕타임스에 '연기를 내뿜는 화산,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는데, 태극과 쇠고랑이 연결된 디자인의 다른 작가가 그린 태극기 삽화가 활용된 것이다.
포이트라스 목사는 기고문에서 약 2주 전의 박종철 열사 추도회를 짚으며 '한국인 대부분은 광주대학살 등 정권 장악 과정의 유혈성으로 전 대통령에 적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외교 당국은 즉각 국무부와 뉴욕타임스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또 법무부와 외무부, 문교부, 문공부 등 정부 당국이 총동원돼 국내에 있던 목사도 압박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장이 목사를 불러 경고했고, 문교부와 외무부도 대학과 주한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재발 방지 조치를 요청했다.
특히 정부는 내부 회의에서 포이트라스 목사에 대해 3월 만료가 예정된 비자의 연장 불허 방침까지 한때 결정했으나, 실제 목사가 연장을 신청하자 결국 6개월 단기 사증 발급으로 선회했다.
이는 포이트라스 목사가 삽화에 대해서는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점, 체류 연장을 거부하면 미 국무부·의회·언론의 비난이 예상된다는 점, 출국을 거부해 강제 추방할 경우 그를 극단적 반한 인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