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명사수' 중입자 치료기…2022년부터 국내치료 시대 열린다
2022년부터 국내서도 차세대 방사선치료기인 중입자 치료기를 활용해 암 치료 하는 시대가 열린다. 지금은 국내에 치료기가 없어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1억원 정도 비용을 들여 해외로 나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치료기 도입을 선언하면서 두 병원 간 중입자치료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연세의료원과 도시바, DK메디칼솔루션은 29일 중입자 치료기 계약 체결식을 열고 2022년부터 국내서도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심장혈관병원 뒤편 주차장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5000m2 규모의 중입자치료 시설을 짓는다. 이를 위해 설치비 500억~800억원, 운영비 2200억원 등 총 3000억원이 투입된다.
'암 치료 명사수' 중입자 치료기…2022년부터 국내치료 시대 열린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원자인 중입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의 암 조직에 투사하는 기기다.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 세포를 없앤다.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암 치료기로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날카로운 명사수'라고 평가한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에 10대가 운영되고 있다. 1994년 처음 도입된 뒤 2만명 넘는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

국내에는 아직 중입자 치료기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없다.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이와 유사한 양성자 치료기를 운영하고 있다.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 속도로 가속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치료기와 양성자치료기는 모두 엑스레이와 같이 방사선을 이용해 암 세포를 죽이는 치료기다. 일반 엑스레이는 방사선량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암 치료부위는 물론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다.

양성자와 중입자는 방사선의 세기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치료법이다. 암 조직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발산한 뒤 방사선량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정상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 정도 무거워 암 세포 사멸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개발된 지 오래되지 않아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용배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은 "일본에서 만 명 이상의 환자를 했기 때문에 안전성은 문제가 없다"며 "일부 시설 중에 세기조절이 안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곳도 있지만 이 기기는 세기 조절이 가능하고 스캐닝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상위 치료 기술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은 회전 갠트리 치료실 두개와 고정 치료실 하나를 꾸릴 계획이다. 회전 갠트리 치료실을 두곳 설치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세 치료실을 모두 가동하면 한해 1500명의 암 환자가 치료 받을 수 있게 된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일본 히타치와 중입자 치료기 도입 계약을 맺고 2020년까지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 등의 문제로 이 계약은 파기됐고 이날 도시바와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10개월 동안 실무 협상 과정에서 히타치가 가진 갠트리 기술 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도시바가 좀더 컴팩트한 사이즈의 기술을 갖고 있어 계약을 변경하게 됐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병원도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동남권의학원 중입자치료기 설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이 2022년부터 중입자 치료기를 가동키로 하면서 두 병원 간 중입자치료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에는 중입자치료기가 도입되지 않아 간암, 전립샘암 등에 걸린 환자가 이 치료를 받기 위해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해외로 가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