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약 종료 'D-1' 꿈쩍 않는 채권단·노조

금호타이어의 운명을 결정지을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외 매각을 둘러싼 노조와 채권단의 기 싸움이 이어지면서 법정관리(회생절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은 오는 30일 종료된다.

자율협약이 끝나면 당장 다음 달 2일부터 기업어음(CP)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는데, 극심한 유동성 부족 상태인 금호타이어는 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길이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보고 자율협약 종료일인 30일까지 이에 대한 노조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끝내 동의하지 않으면 다음 달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사측은 지난해 외부 회계법인 실사에서 회사의 청산가치가 1조원으로 계속 기업가치(4천6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던 만큼 법정관리 신청 시 청산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운 좋게 회생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생산직 약 1천500여명, 일반직 300∼400여명이 해고되고 거래선이 끊겨 납품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데드라인 코앞인데… 금호타이어, 법정관리로 가나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30일 후 금호타이어에 대한 법절차 진행은 청와대도 못 막는다"고 언급한 데 이어 금융당국도 노조 압박에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조가 해외 자본유치와 자구계획에 동의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없다"면서 시한 연장 불가 방침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타이어뱅크나 재무적 투자를 제안한 'S2C 케피탈'이란 이름의 회사에 대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 매각을 원천 반대하면서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공개 매각을 새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매각이 공개 입찰 방식이 아닌 더블스타와의 수의계약으로 진행 중이라 인수 의향을 철회한 국내 업체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업체 말고도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힌 다수의 국내 업체가 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채권단은 국내 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그러나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이 있다고 처음 언급한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해당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아 실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데드라인 코앞인데… 금호타이어, 법정관리로 가나
금호타이어 내부 갈등도 증폭하고 있다.

일반직과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법정관리만은 피해야 한다며, 노조 동의에 연연하지 말고 채권단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날에는 노조 전임 집행부로 구성된 '현장투쟁노동자회'와 또 다른 노조원들 조직인 '노동과 희망'이 각각 유인물을 만들어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노조는 '데드라인'인 30일까지도 기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노조는 30일 하루 3차 총파업과 광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