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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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하반기부터 원유 수입 대금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유 선물거래에 이어 현물거래에서도 위안화 사용을 늘려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국제화란 세계 경제에서 지급결제 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으로 위안화가 널리 사용되는 것을 뜻한다. 위안화를 미국 달러에 대항하는 세계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야심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상당수 금융회사에 위안화 원유 대금 결제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하반기부터 러시아와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들여오는 원유를 시작으로 위안화 결제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러시아와 앙골라는 중국의 주요 원유 공급 국가인 동시에 국제 원유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국가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이다. 수입량에선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연간 세계 원유 거래 규모가 14조달러로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이번 결정은 원유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6일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시작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와 더불어 현물거래에서도 위안화가 사용되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가 원유 판매 대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받으면 중동의 다른 산유국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유뿐 아니라 철광석, 비철금속 등 다른 원자재 거래에서도 위안화 사용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닷새째를 맞은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자평했다. INE에 따르면 첫날 183억위안을 시작으로 27일 175억위안, 28일 285억위안, 29일 273억위안 등 4거래일 동안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 규모는 917억위안(약 97조6400억원)에 달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