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백세] "간암, 간 이식 수술로 완치 가능"
“간암 환자를 이식으로 치료하는 시대입니다. 간암 치료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논의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사진)는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건강상태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 국내 간암 환자는 한 해 1만5757명이 발생했다. 전체 암 중 여섯 번째로 환자가 많았다. 간암이 있으면 간이 있는 갈비뼈 아래, 오른쪽 윗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건강 검진이나 정기 검진에서 우연히 간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많다. 이미 암이 진행된 뒤 진단받기 때문에 생존율이 높지 않다.

간암은 B형·C형간염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술을 많이 마셔 간이 망가졌다가 복구되는 것이 반복되면 암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B형간염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늘면서 B형간염 때문에 생기는 간암 환자는 줄고 있다. 하지만 C형간염, 지방간 등이 증가하면서 전체 간암 환자 숫자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 교수는 “간염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간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며 “간염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암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데 자신이 위험한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방간도 간암 위험 인자다.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염 등이 있다면 술을 끊거나 살을 빼 간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간암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로 암이 있는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암 진단이 늦어 수술을 못하는 환자도 많다. 이때는 간암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한 뒤 혈관을 막는 색전술 치료를 많이 한다. 색전술 치료법이 진화해 최근에는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미세구슬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간암에 알코올을 주입해 암 세포를 죽이거나 고주파로 간암을 태워 죽이는 치료도 활용한다. 림프절, 뼈, 뇌 등으로 암이 전이된 환자라도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방사선 치료, 항암제, 표적치료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간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이식을 선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전에는 간부전으로 간 기능이 나빠져 이식받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간암 환자도 이식을 많이 받는다. 수술로 암을 도려내기 어려운 환자가 간 이식으로 완치되기도 한다. 말기암 환자가 이식받기도 한다. 이식받으면 1년 정도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간 이식은 간암 치료 성적이 좋기 때문에 간 공여자가 있다면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간암으로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암이 재발해 치료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 이식 환자는 면역 억제제를 쓰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암 재발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피 속을 떠다니는 종양 표지자로 재발률을 판단하기도 한다. 재발률이 높은 암 환자는 암 수술을 받은 뒤 3개월마다 검사해 재발 암을 초기에 찾아야 한다. 이 교수는 “간 이식 후 간암이 재발하는 것은 환자 장기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에는 간을 이식받은 간암 환자에게 면역 억제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