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올해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상정 안건이 불발된 상장사가 70곳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가 많은 중소기업의 의결 정족수 기준 완화와 전자투표제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무리된 1936개 12월 결산법인 상장사의 정기주총에서 정족수 미달로 상정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77곳으로 조사됐다.

이날도 썬텍, 투윈글로벌, 웨이브일렉트로, 기산텔레콤, 모다 등 21개 상장사가 이사·감사 선임 및 보수한도 등의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다. 차바이오텍 웅진에너지 등은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안건이 부결됐다.

지난해 섀도보팅 제도가 일몰되면서 안건 불발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섀도보팅은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주총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실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소수 대주주 의견이 주로 반영되고 다수 소액주주 의견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폐지됐다.

특히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있는 ‘감사(위원) 선임 부결’이 속출했다. 지난 9일 주총을 연 영진약품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이화공영, 하림, JYP엔터테인먼트 등도 감사 선임을 하지 못했다.

기관투자가 지분율이 낮고 주총장에 나오지 않는 소액주주가 많은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부결 안건이 속출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감사선임이 불발된 15개 상장사(23일 기준)의 평균 소액주주 지분율은 58.2%,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33.1%로 조사됐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섀도보팅 폐지를 감안해 상근감사와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해 의결 정족수 기준을 구분하는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선임 부결 기업을 중심으로 올해 임시 주총을 여는 상장사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임시 주총에서도 상정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크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