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자치경찰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을 전제로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검찰총장의 항명성 주장에 청와대가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라며 강도 높게 반박해 논란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문무일 검찰총장이 말한 맥락대로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시행된 뒤 수사권을 조정한다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안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은 연내,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은 2019년이 목표다.

이 관계자는 “문 총장이 말한 자치경찰은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마련하는 문 대통령의 자치경찰제와 성격이 다른 것 같다”며 “중앙경찰 기능을 거의 없애고 풀뿌리 지방경찰에 권력을 넘겨주는 형태가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고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수사권조정 '뜨거운 감자'… 자치경찰제 놓고 檢·靑·警 충돌
자치경찰제안은 지난 20일 출범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소관이다. 우선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과 행정안전부 자치분권과가 함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안건을 자치분권위에 상정한 뒤 대통령 인가를 받으면 행안부 장관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렇듯 자치경찰제 시행은 단순히 검·경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경찰과 조직·업무, 권한·역할을 나눠 자치경찰을 운영할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해 당사자다. 당장 경찰청이 만든 자치경찰제 초안을 놓고 서울시가 “자치경찰에게 수사권 등을 더 넘겨줘야 한다”고 반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다음달 5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찾아 자치경찰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과 행안부, 각 지자체가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자치경찰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을 두고 ‘시간 벌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자치경찰제 도입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강력 부인한다. 자치경찰제를 시행해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일선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전국경찰화상회의에서 “수사구조개혁은 ‘조직 이기주의’나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자치경찰제 등을 조속히 시행해 경찰권 비대화를 막고 민주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진/김주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