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30일 새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직후 정부와 금융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금융혁신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놨지만 금융계는 “저승사자가 왔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기식 신임 금감윈장은 참여연대에서 금융 관련 문제를 오래 접했고 국회의원 시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직접 다루는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그 누구보다 빛나는 활약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현 정부에서 심각하게 보는 금융회사 비리 문제를 척결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전형적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금융분야의 관치를 대놓고 하겠다는 선전포고이며 금융 전문성을 찾을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금융계는 김 원장이 혁신을 명분으로 금융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떨고 있는 금융계

금융계는 신임 금감원장 내정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원장이 정치인 시절 금융회사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많아서다. 특히 금융회사의 수익성 강화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등에 무게를 뒀다.

김 원장은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었으며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부실 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이 고금리 대출로 취약층으로부터 폭리를 취한다며 대부업 금리 인하를 계속해서 주장했다.

김 원장은 2014년 ‘KB 사태’와 관련해선 금융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관료들이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면서 금융회사의 내부 갈등을 일으켰다는 주장이었다.

보험업계도 김 원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원장은 보험상품의 홈쇼핑 판매를 문제 삼는 등 보험산업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치인 시절 최고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차등 과세,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관련 금융감독 이슈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적군일 때는 피하고 싶었지만 아군으로선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시민운동가와 정치인 시절 보인 추진력으로 금감원을 이끌어줄 것으로 내다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에 힘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가 와서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격수 정치인서 금감원장으로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금융위 공무원과 금감원 임직원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 ‘저격수’라는 별명답게 송곳 질문과 날선 비판으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곤란하게 한 적이 많았다.

김 원장의 전문성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1994년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 명이었고 이후 사무국장과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 보직을 역임했다.

금융계에선 김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추락한 감독당국의 신뢰를 되찾는 일을 꼽고 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금감원의 권위뿐 아니라 내부 사기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올초 금감원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지만 하나금융 이사회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 회장 선임을 강행한 것도 금감원의 체면을 구긴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원장의 임명 배경으로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