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화산지형으로 경치가 뛰어난 제주 산방산.
우뚝 솟은 화산지형으로 경치가 뛰어난 제주 산방산.
봄은 모든 형용사를 압도한다. 봄을 맞은 제주는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져 꽃대궐을 이룬다. 제주의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가장 아름답냐고 물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단연 봄이다. 온 듯 사라져버리는 안타까움일 수도 있고, 온 대지에 핀 꽃들의 벙긋거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제주의 봄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자.

벚꽃 명소 전농로와 제주대 입구

서귀포 벚꽃은 제일 먼저 개화해 3월 말에서 4월 초쯤이면 절정에 이른다. 지금이 바로 서귀포 벚꽃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 셈이다. 벚꽃의 움이 벙글거리더니 취재 다음날에 벌써 봉우리가 맺혀 있다. 성급한 벚꽃은 이미 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왔다. 벚꽃은 비만 한번 와도 스르르 사라지기 때문에 제주에서는 4월 중순까지만 만끽할 수 있다. 제주 시내를 조금 벗어난 외곽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벚꽃길이 있다. 제주시청을 지나 1131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왼편으로 제주대 진입로가 나타난다. 이곳부터 제주대 입구까지 1㎞ 남짓한 도로변에 벚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유채꽃과 벚꽃이 만발한 제주 녹산로.
유채꽃과 벚꽃이 만발한 제주 녹산로.
벚꽃이 길 위 하늘을 덮을 정도로 만개할 때 이곳을 지나가면 꽃 터널에 온 듯한 환상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다 못해 하늘거리며 땅 위로 떨어지고 있어 마치 눈이 내린 설경(雪景)을 보는 것만 같다. 이곳을 걷거나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빼곡하게 들어찬 꽃 눈송이 사이로 푸른 하늘이 펼쳐지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곳은 도로가 넓고 통행량이 많지 않아 슬슬 차를 몰아가며 드라이브 기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주말에는 나들이 나온 제주 시민들로 북적대는 만큼 한적한 분위기를 맛보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향긋한 나무향을 느낄 수 있는 숫모르편백숲길.
향긋한 나무향을 느낄 수 있는 숫모르편백숲길.
구도심에 있는 전농로 또한 알아주는 벚꽃명소다. 전농로는 KAL호텔 사거리에서 남성오거리까지 약 1.2㎞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다. 수십 년 된 왕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 거리는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그야말로 꽃천지를 이룬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모든 것이 벚꽃이다. 바람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검은 아스팔트는 이내 순백색 꽃잎으로 뒤덮여버리고, 위아래로 온통 벚꽃 세상이 된다. 도로 초입에는 수령이 무려 100년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왕벚나무들이 터줏대감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둥치가 얼마나 우람한지 어른 둘이 안아도 둘레가 한참 모자란다. 일반 벚나무와 달리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전라북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흔히 벚꽃을 일본의 ‘사쿠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제주도에 자생하는 벚꽃은 대부분 왕벚나무 꽃으로 일본에서는 아직 자생지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제주도는 자생지로 확인된 바 있다. 왕벚나무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었으나 1933년 일본의 고이즈미 겐이치 박사가 한라산 남쪽 수림에서 왕벚나무를 찾아내면서 자생지로 인정받은 것이다.

유채꽃 노란빛이 만들어낸 환상의 풍경

제주의 봄을 대표하는 또 다른 꽃은 유채꽃이다. 유채꽃은 3월 말부터 5월까지 핀다. 명도가 높은 노란 유채꽃밭과 파란 바다색이 어우러져 화사한 색조로 여행객을 유혹하는 것이 봄철의 제주 풍경이다. 봄기운으로 나른한 몸과 마음에 활력이 필요하다면 유채꽃의 바다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채꽃 군락지는 한라산 남쪽 서귀포시에 많다. 산방산 아래 용머리 근처 들판은 오래전부터 유채꽃 명소로 관광객이 즐겨찾는 곳이다. 평원에 우뚝 솟은 화산지형으로 경치가 뛰어난 데다가 그 아래에 용머리해안까지 발달해 있어 색감이 수려하다. 산방산 유채꽃 군락지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여행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어 많은 외국인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산방산 인근 유채꽃밭
산방산 인근 유채꽃밭
최근에는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가 유채꽃 감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녹산로에는 유채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꽃향기가 넘쳐난다. 가시리 사거리에서 따라비오름 부근과 정석비행장을 지나 제주시 조천읍 교래로 방면으로 이어지는 확 트인 도로변에 벚나무와 유채꽃이 심어져 있어 4월이면 장관을 이룬다.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길로 사진 촬영 장소 겸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자자하다. 방문 추천 시기는 유채꽃 만개 시기인 4월7~15일이다. 유채꽃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성산 일출봉
성산 일출봉
성산일출봉 일대도 이른 봄부터 유채꽃 향연이 펼쳐진다. 성산일출봉 아래쪽에 밭을 가득 메운 유채꽃이 까만 돌담과 어우러져 제주 특유의 풍경을 선사한다. 섭지코지의 유채꽃도 매력적이다. 이미 잘알려진 관광지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기는 하지만 유채와 어우러진 주변 풍경이 빼어나서 넋을 잃게 된다. 여유가 있으면 우도에 들어가도 좋다. 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에 오르면 노란 유채와 초록색 청보리가 모자이크처럼 섬을 뒤덮은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성산항에서 우도까지는 배로 10여 분 걸린다.

짙푸른 보리밭의 싱그러운 가파도

서귀포 모슬포항에서 배로 20여 분 거리의 가파도는 마라도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 오는 곳이다. 가파도는 제주도 모슬포 남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하루 왕복 4회 운항한다. 가파도 청보리축제기간에는 운항 횟수가 10회로 늘어난다. 약 60만여㎡에 달하는 드넓은 보리밭은 시원한 바닷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춘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융단을 떠올리게 한다. 가파도의

보리는 다른 품종보다 2배 이상 자라는 향토품종으로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낭만적이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푸른 보리가 만든 지평선과 제주 해안의 수평선이 맞닿은 곳 위에 산방산, 송악산, 한라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슴 가득 청량감을 선사한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초록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 제주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짙푸른 청보리밭에서의 색깔 치유(컬러테라피)를 통해 건조한 일상에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섬의 최고 높이가 20m 안팎으로 오르막이 없고 평탄한 지형 덕에 섬 둘레를 따라 걸어도 1시간30분이면 가뿐하다.

상동포구에서 가파포구에 이르는 5㎞ 남짓한 올레 10-1코스를 걸으며 청보리를 음미해도 좋지만, 선착장 주변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자전거를 타며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가파도 중앙길은 산 하나, 언덕 하나 없는 평지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도 드넓은 청보리밭이 펼쳐져 있다. 토성 탐방로를 따라 조성된 청보리밭은 무료 입장할 수 있으며 초록의 푸르름을 담아가기 좋다. 조성된 포토존과 보리밭 사잇길에서 인생 사진을 남길 만한 곳이다. 마을 골목에 그려진 예쁜 벽화도 볼거리다. 또한 주변에 산재한 선사문화 유적 자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파란 바다 빨려들듯 아름다운 해변

우뚝 솟은 화산지형으로 경치가 뛰어난 제주 산방산.
우뚝 솟은 화산지형으로 경치가 뛰어난 제주 산방산.
복잡한 도시, 수많은 사람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건 바다가 아닐까. 비움이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펼쳐진 코발트 빛 제주 바다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일품인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는 제주 바다의 끝판왕이다. 아름다운 해안 산책남원 큰엉해안경승지는 제주다움이 듬뿍 묻어난다.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삼킬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큰엉’이라는 이름답게 바다를 삼킬 듯한 검은 용암 덩어리의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 바다를 따라 조성된 1.5㎞의 해안 산책로는 제주만이 표현할 수 있는 풍광을 품고 있다. 산책로에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나타나는 한반도 지형은 빼놓을 수 없는 포토존이다. 인디언 추장 얼굴 바위,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모습의 호두암, 우렁굴 등 제주 용암이 빚어낸 천연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제주 여행 추천코스로 자주 선정되는 함덕해변도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한국의 몰디브’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분위기가 이색적인 함덕해변은 푸르다 못해 쪽빛이 나는 바다색이 일품이다. 이는 조개 껍데기가 오랜 기간 퇴적돼 풍화된 패사층이 만들어내는 빛으로 함덕해변을 빛나게 하는 요소다. 함덕해변은 제주시에서 14㎞ 동쪽에 있고 시내버스도 자주 운행돼 관광객뿐 아니라 제주도민도 즐겨 찾는다. 경사도가 5도 정도로 아무리 걸어 들어가도 어른 허리에도 미치지 않을 만큼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 피서객이 즐기기에 적당하다. 검은 현무암과 아치형 다리, 바다로 이어지는 산책 데크까지 갖춰져 있어 제주의 푸른 바다를 관망하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커다란 현무암 바위를 중심으로 백사장이 하트 모양이어서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늘 바다가 잔잔하다. 함덕해변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카약을 즐길 수 있다. 인근 함덕리에는 국내 최대의 수박 재배 단지가 있고 주차장과 민박 단지, 샤워 시설 및 야영장이 잘 갖춰져 있어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돼 있다.

여행 메모 4월 제주의 축제

◆제주유채꽃축제는 4월7~15일까지 녹산로와 조랑말체험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유채꽃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유채꽃 뮤직페스티벌, 버스킹 등 유채꽃을 닮은 따듯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유채꽃 화관·디퓨저·유채꽃 쿠키 만들기, 유채 기름 짜기, 빙떡 만들기, 활쏘기 등 각종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먹거리 부스에선 맛있는 제주를 맛볼 수 있다. 행사가 열리는 주말 동안 ‘주민 해설사와 함께하는 쫄븐 갑마장길 걷기’는 사전 신청을 통해 가능하다.
[여행의 향기] 벚꽃 터널 지나 유채꽃 바다로, 활짝 핀 제주의 봄… "혼저옵서예~"
◆가장 낮은 섬 가파도에서는 4월10일부터 5월10일까지 한 달간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청보리밭 걷기, 소망기원 돌탑 쌓기, 바닷가에서 톳 미역이나 작은 조개 등을 채취하는 바릇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제주관광정보 공식 사이트를 활용하자.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