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트럼프, 아마존 그리고 독과점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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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집착하는 아마존 규제
창업주 제프 베저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 길들이기란 의견도 있지만
자칫 IT 공룡들의 빅데이터 독과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
창업주 제프 베저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 길들이기란 의견도 있지만
자칫 IT 공룡들의 빅데이터 독과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언론매체 엑시오스가 실은 기사 하나로 아마존 주가가 장중 한때 7%가량 폭락한 후 결국 4.3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최근 정보 유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페이스북에 대한 진상 조사에 주력하는 데 반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는 관심이 없고 아마존에 대한 중대한 규제에 관해 다섯 명의 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트럼프는 아마존에 대해 ‘강박적인 집착’을 보였는데,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을 독점하면서 쇼핑몰이나 가족이 경영하는 소매점 등의 오프라인 유통업을 초토화시키고 실업까지 유발한다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재작년 대선 때부터 아마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가 아마존을 공략하는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을 독점하면서 반독과점법이나 경쟁법 위반으로 제재나 규제를 가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둘째, 아마존이 이런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된 배경으로 인터넷 상거래에 판매세를 매기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마지막으로는 아마존이 공공기관인 미 우정국으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았느냐는 비판이었다.
이 중 미 우정국이 아마존에 낮은 배송 요율을 적용했다는 비판은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전기료나 통신료, 우편요금을 매길 때 사용량에 따라 할인 요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2급 가격 차별화 전략이라고 한다. 가격 차별화 전략은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공급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우정국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수요자인 아마존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실제 미 우정국은 아마존 덕분에 매출이 급증했고 이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에 대해 몇 차례나 관계자들이 진언했지만 트럼프의 선입관을 바꾸진 못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슈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트럼프의 논리는 아마존이 독과점 지위를 획득한 이유가 모든 판매가 온라인에서 이뤄짐에 따라 대부분의 판매세가 면제돼 오프라인 상점에 비해 가격 우위를 누리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이미 판매세(single-party sales tax)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제3의 판매업자가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해 판매하는 경우 판매세(third-party sales tax)를 부과하고 있지 않는 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법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아마존을 겨냥하는 진짜 이유는 자신에 대해 적대적인 기사를 많이 작성해온 워싱턴포스트를 길들이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한다. 진보적 성향의 워싱턴포스트는 대선기간 내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으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의 현 사주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다. 트럼프는 베저스가 아마존의 독과점 횡포에 대한 규제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를 매입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역으로 보면 트럼프의 실제 표적은 아마존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포함한 정보기술(IT) 공룡들의 독과점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은 기존의 독과점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낳고 있다. 빅데이터는 그 가능성 못지않게, 소수 기업이 정보를 독점적으로 활용한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더불어 과거 독과점기업이 타 경쟁 기업을 몰아내 경쟁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결국 소비자의 권익을 해쳤다면 독과점 IT 기업들은 타 기업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고사시켜 가계소득이나 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우려가 있다. 즉,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 이제 기업과 가계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또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자는 의도치 않은 정보의 공급자가 돼 이제 상품과 ‘현금+정보’가 교환되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 폐해에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언론 길들이기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을지라도 어쩌면 아마존 사례에서 이런 새로운 규제가 시작될 수 있다. 역사의 물줄기는 큰 산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작은 바위로 인해 방향이 틀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hnd@kcmi.re.kr
사실 트럼프는 재작년 대선 때부터 아마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가 아마존을 공략하는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을 독점하면서 반독과점법이나 경쟁법 위반으로 제재나 규제를 가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둘째, 아마존이 이런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된 배경으로 인터넷 상거래에 판매세를 매기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마지막으로는 아마존이 공공기관인 미 우정국으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았느냐는 비판이었다.
이 중 미 우정국이 아마존에 낮은 배송 요율을 적용했다는 비판은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전기료나 통신료, 우편요금을 매길 때 사용량에 따라 할인 요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2급 가격 차별화 전략이라고 한다. 가격 차별화 전략은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공급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우정국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수요자인 아마존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실제 미 우정국은 아마존 덕분에 매출이 급증했고 이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에 대해 몇 차례나 관계자들이 진언했지만 트럼프의 선입관을 바꾸진 못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슈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트럼프의 논리는 아마존이 독과점 지위를 획득한 이유가 모든 판매가 온라인에서 이뤄짐에 따라 대부분의 판매세가 면제돼 오프라인 상점에 비해 가격 우위를 누리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이미 판매세(single-party sales tax)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제3의 판매업자가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해 판매하는 경우 판매세(third-party sales tax)를 부과하고 있지 않는 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법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아마존을 겨냥하는 진짜 이유는 자신에 대해 적대적인 기사를 많이 작성해온 워싱턴포스트를 길들이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한다. 진보적 성향의 워싱턴포스트는 대선기간 내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으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의 현 사주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다. 트럼프는 베저스가 아마존의 독과점 횡포에 대한 규제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를 매입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역으로 보면 트럼프의 실제 표적은 아마존이 아니라 워싱턴포스트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포함한 정보기술(IT) 공룡들의 독과점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은 기존의 독과점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낳고 있다. 빅데이터는 그 가능성 못지않게, 소수 기업이 정보를 독점적으로 활용한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더불어 과거 독과점기업이 타 경쟁 기업을 몰아내 경쟁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결국 소비자의 권익을 해쳤다면 독과점 IT 기업들은 타 기업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고사시켜 가계소득이나 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우려가 있다. 즉,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 이제 기업과 가계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또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자는 의도치 않은 정보의 공급자가 돼 이제 상품과 ‘현금+정보’가 교환되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 폐해에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언론 길들이기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을지라도 어쩌면 아마존 사례에서 이런 새로운 규제가 시작될 수 있다. 역사의 물줄기는 큰 산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작은 바위로 인해 방향이 틀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hnd@kcm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