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 정확도·벙커샷·짧은 퍼트… 'LPGA 퀸' 노리는 박성현 3가지 과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NA인스퍼레이션 3R 공동 4위
장타는 골프에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경쟁자를 30~40야드 이상 압도하는 ‘슈퍼 장타’를 소유했다면 웨지로 어프로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짤순이’ 부류에 속한다면 다루기 힘든 롱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를 잡아야 한다.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티샷한 공이 놓인 곳이 풀 길이가 20㎝ 안팎의 깊은 러프라면 장타는 오히려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첫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사냥에 나선 ‘장타자’ 박성현(25·하나은행)이 결승 길목에서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렸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후반 5개 홀에서 5타 ‘우수수’
12언더파 공동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박성현은 이날 2타를 잃어 전날 공동선두에서 공동 4위로 미끄럼을 탔다. 3라운드 중간합계 10언더파. 단독 선두 퍼닐라 린드베리(31·스웨덴)와는 4타 차다. 박성현은 11번홀(파5)까지 린드베리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12번홀(파4)에서 70㎝쯤 되는 짧은 파퍼트가 오른쪽으로 살짝 빠지며 보기가 터져나왔다. 13번홀(파4)에서는 그린 뒤 깊은 러프에서 시도한 ‘플롭샷(공의 회전량을 최소화해 높이 띄우는 샷)’이 짧게 떨어지면서 보기 한 개를 더 내줬다. 더 큰 문제는 15번홀(파4)에서 불거졌다. 첫 번째 벙커샷이 벙커 안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꺼번에 2타(더블 보기)를 잃은 박성현은 이어진 16번홀(파4) 프린지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까지 홀을 훌쩍 지나치면서 1타를 더 내줬다. 후반 12번홀부터 16번홀(파4)까지 5개 홀 동안 5타를 내준 것이다. ◆벙커 불안·들쭉날쭉 퍼트 다시 숙제
지난해 박성현은 US여자오픈과 캐나다여자오픈을 제패하며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39년 만에 LPGA투어 루키 자격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출전한 세 번의 대회에서는 우승권에 들지 못했고, 그나마 네 번째 대회인 기아클래식에선 커트 탈락까지 했다. 2015년 박성현이 처음 미국 대회에 출전한 뒤 한 번도 없던 일이다.
다섯 번째 대회인 이날도 티샷이 박성현을 괴롭혔다. 전날 79%에 달한 페어웨이 적중률이 36%로 뚝 떨어졌고, 질기고 깊은 러프에서 세컨드샷을 많이 하다 보니 94%였던 그린적중률도 하루 만에 67%로 곤두박질쳤다. 긴 러프에선 풀잎사귀 등이 클럽 페이스와 공 사이에 달라붙어 공의 회전수가 떨어지고, 결국 거리 조절이 힘들어진다.
티샷을 러프로 보낸 뒤 두 번째 샷마저 벙커에 빠진 15번홀이 대표적이다. 전날 샷 이글의 짜릿함을 만끽한 이 홀에서 그는 더블 보기를 적어내 ‘천당과 지옥’을 연출하고 말았다. 박성현은 “샷 라이가 좋지 않아 미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이다. 위험회피에 초점을 맞추는 보수적 경기전략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날도 6번홀과 10번홀을 빼놓고는 모두 티샷을 드라이버로 소화했다. 티샷 정확도를 전략적으로 높이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에서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 등을 수시로 빼드는 타이거 우즈(미국)나 아예 3번 우드로만 티샷을 하는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는 확연히 다른 공격성이다. 폭이 20m 정도에 불과한 ‘개미허리’ 페어웨이에서만큼은 ‘돌아가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기가 터지자 전반 9번홀(파5)부터 후반 11번홀(파5)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수확한 때의 집중력도 나오지 않았다. 한희원 JTBC 해설위원은 “벙커샷을 할 때 피니시가 매끄럽게 완성돼야 하는데 주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며 “13번홀 그린 러프에서 높이 띄워 치는 어프로치샷을 할 때도 불완전한 스윙을 해 거리가 짧았던 것과 비슷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내게는 한 라운드가 아직 남아”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7위(270.63야드)였던 박성현은 올해 277.64야드로 늘어 현재 이 부문 단독 1위다. 이번 대회에선 288.50야드를 쳤다. 하지만 드라이버샷 정확도 89위(71.43%), 벙커샷 정확도 73위(47.83%)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이날 박성현은 벙커에서만 3타를 잃었다.
다행인 건 여전한 자신감이다. 박성현은 “한 라운드가 남았다는 게 내게는 다행”이라며 “한 샷 한 샷에만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만 5타 줄인 박인비가 10언더파 공동 4위로 우승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10언더파 공동 4위에만 6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만만찮은 우승경쟁이 예상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하지만 티샷한 공이 놓인 곳이 풀 길이가 20㎝ 안팎의 깊은 러프라면 장타는 오히려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첫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사냥에 나선 ‘장타자’ 박성현(25·하나은행)이 결승 길목에서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렸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후반 5개 홀에서 5타 ‘우수수’
12언더파 공동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박성현은 이날 2타를 잃어 전날 공동선두에서 공동 4위로 미끄럼을 탔다. 3라운드 중간합계 10언더파. 단독 선두 퍼닐라 린드베리(31·스웨덴)와는 4타 차다. 박성현은 11번홀(파5)까지 린드베리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12번홀(파4)에서 70㎝쯤 되는 짧은 파퍼트가 오른쪽으로 살짝 빠지며 보기가 터져나왔다. 13번홀(파4)에서는 그린 뒤 깊은 러프에서 시도한 ‘플롭샷(공의 회전량을 최소화해 높이 띄우는 샷)’이 짧게 떨어지면서 보기 한 개를 더 내줬다. 더 큰 문제는 15번홀(파4)에서 불거졌다. 첫 번째 벙커샷이 벙커 안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꺼번에 2타(더블 보기)를 잃은 박성현은 이어진 16번홀(파4) 프린지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까지 홀을 훌쩍 지나치면서 1타를 더 내줬다. 후반 12번홀부터 16번홀(파4)까지 5개 홀 동안 5타를 내준 것이다. ◆벙커 불안·들쭉날쭉 퍼트 다시 숙제
지난해 박성현은 US여자오픈과 캐나다여자오픈을 제패하며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39년 만에 LPGA투어 루키 자격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출전한 세 번의 대회에서는 우승권에 들지 못했고, 그나마 네 번째 대회인 기아클래식에선 커트 탈락까지 했다. 2015년 박성현이 처음 미국 대회에 출전한 뒤 한 번도 없던 일이다.
다섯 번째 대회인 이날도 티샷이 박성현을 괴롭혔다. 전날 79%에 달한 페어웨이 적중률이 36%로 뚝 떨어졌고, 질기고 깊은 러프에서 세컨드샷을 많이 하다 보니 94%였던 그린적중률도 하루 만에 67%로 곤두박질쳤다. 긴 러프에선 풀잎사귀 등이 클럽 페이스와 공 사이에 달라붙어 공의 회전수가 떨어지고, 결국 거리 조절이 힘들어진다.
티샷을 러프로 보낸 뒤 두 번째 샷마저 벙커에 빠진 15번홀이 대표적이다. 전날 샷 이글의 짜릿함을 만끽한 이 홀에서 그는 더블 보기를 적어내 ‘천당과 지옥’을 연출하고 말았다. 박성현은 “샷 라이가 좋지 않아 미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이다. 위험회피에 초점을 맞추는 보수적 경기전략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날도 6번홀과 10번홀을 빼놓고는 모두 티샷을 드라이버로 소화했다. 티샷 정확도를 전략적으로 높이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에서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 등을 수시로 빼드는 타이거 우즈(미국)나 아예 3번 우드로만 티샷을 하는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는 확연히 다른 공격성이다. 폭이 20m 정도에 불과한 ‘개미허리’ 페어웨이에서만큼은 ‘돌아가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기가 터지자 전반 9번홀(파5)부터 후반 11번홀(파5)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수확한 때의 집중력도 나오지 않았다. 한희원 JTBC 해설위원은 “벙커샷을 할 때 피니시가 매끄럽게 완성돼야 하는데 주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며 “13번홀 그린 러프에서 높이 띄워 치는 어프로치샷을 할 때도 불완전한 스윙을 해 거리가 짧았던 것과 비슷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내게는 한 라운드가 아직 남아”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7위(270.63야드)였던 박성현은 올해 277.64야드로 늘어 현재 이 부문 단독 1위다. 이번 대회에선 288.50야드를 쳤다. 하지만 드라이버샷 정확도 89위(71.43%), 벙커샷 정확도 73위(47.83%)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이날 박성현은 벙커에서만 3타를 잃었다.
다행인 건 여전한 자신감이다. 박성현은 “한 라운드가 남았다는 게 내게는 다행”이라며 “한 샷 한 샷에만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만 5타 줄인 박인비가 10언더파 공동 4위로 우승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10언더파 공동 4위에만 6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만만찮은 우승경쟁이 예상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