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사도 놀라워하는 소장품… 새 둥지서 모두 보여줄 것"
“한국에 부임한 인도 대사들이 인도박물관을 둘러보고는 ‘이걸 대체 어떻게 구했느냐’고 놀라워합니다. 김해에 새로 짓는 인도박물관에는 공간 부족으로 창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던 소장품 2500여 점을 모두 전시하려고 합니다.”

서울 서초동 인도박물관에서 만난 김양식 인도박물관장(사진)은 경남 김해로 이전하는 새 인도박물관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2011년 7월 사재를 들여 인도박물관을 연 김 소장은 지난해 12월 김해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서울에 있는 인도박물관을 김해로 옮기기로 했다. 그는 “김해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건물을 지어주는 것”이라며 “대신 40년간 모은 소장품을 모두 김해시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31년생인 김 관장은 원로 시인이다. 소설가 박완서와는 매동소학교(현 매동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는 “함께 작문을 하곤 했다”며 “열두 살 때 타고르의 동시집을 읽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여름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 시인 대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돼 이후 수십년 동안 인도를 오갔다.

김 관장은 인도에 갈 때마다 민화, 조각상, 공예품, 장신구 등을 사왔다. 사원 입구에 달려 있던 문을 파는 사람에게 이를 구매한 적도 있다. 그는 “갈 때마다 신기한 게 많아 하나둘씩 모으게 됐다”며 “지금이라면 인도 정부의 문화재 보호로 가져올 수 없었을 물건도 많다”고 했다. 인도박물관 소장품 중 1483점은 보존 가치가 높아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에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김 관장은 1981년 ‘타고르 소사이어티’(현 한·인문화연구원)를 설립하는 등 한국과 인도 문화 교류에도 힘써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인도 정부는 2002년 그에게 인도문화훈장인 ‘파드마 슈리’를 수여했다. 지난달에는 인도국립문화원으로부터 외국인 최초로 ‘영구 명예회원’ 자격을 받았다. 김 관장은 “인도는 가야 시대에 인도 공주인 허황후가 배를 타고 온 인연이 있는 나라”라며 “박물관 운영과 문학을 통해 양국 간 교류를 더 넓혀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