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사드 보복 중단을 시사한 뒤 면세점·호텔 등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중국인들이 긴 줄을 서 있는 모습. 한경DB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사드 보복 중단을 시사한 뒤 면세점·호텔 등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중국인들이 긴 줄을 서 있는 모습. 한경DB
“중국이 단체관광을 허용한다 해도 예전처럼 물밀듯 들어오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전면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1일 “기대가 큰 건 사실이지만 사드로 촉발된 중국인의 반한 감정이 사라지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롯데, 현대자동차 등 재계 관계자들은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롯데 “중국의 약속에 신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보복 중단을 시사한 뒤 재계에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정부의 집중 타깃이 된 롯데그룹은 1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한국과 중국 양국이 중국 진출 기업의 어려움을 정상화하기로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중국당국의 약속(사드 보복 해제)에 대해서도 신뢰를 갖고 호응하겠다”며 “롯데는 기업활동에 최선을 다해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사드 보복으로 작년에만 2조1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한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99개 매장 중 87곳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한 탓이다. 그나마 문을 연 12개 매장도 사드 사태 이전 대비 매출이 약 80% 감소했다.

롯데는 견디지 못하고 작년 9월부터 중국 롯데마트 매각에 나섰다.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매각을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영업 재개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은 탓이다. 잠재적 매수자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다. “팔 수라도 있게 해달라”는 롯데 요청에 중국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롯데는 부실 점포 일부를 폐업하고 알짜 점포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사가 중단된 ‘롯데월드 선양’ 또한 사드 보복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는 3조원을 들여 중국 선양에 쇼핑몰, 테마파크, 오피스, 아파트 등이 들어선 ‘롯데타운’ 건설을 추진 중이다. 1단계로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 롯데시네마를 짓고 2014년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단계 공사인 테마파크, 오피스는 1년 넘게 공사를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사드 해빙' 진짜 오나… 롯데, 中 테마파크 공사 재개 '기대감'
현대차 소형SUV로 시장 공략

현대·기아자동차의 기대도 커졌다. 경쟁업체들이 ‘배타적 애국주의’를 선동하며 벌였던 악의적 사드 마케팅이 사라지면 판매량도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내 판매량이 2016년보다 36% 쪼그라든 114만5012대에 그쳤다. 올 들어서도 판매 부진이 이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해빙기를 맞아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현지 전략형 모델로 반전을 꾀하기로 했다. 중국형 코나와 소형 SUV 엔시노 등을 앞세워 판매량 회복에 나서고 있다. 현지 온라인업체 바이두 등과 협업을 확대해 첨단사양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지 부품업체 비중을 더 늘려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중국 시장 회복에 힘을 싣기 위해 조만간 중국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및 관광여행업계는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 업종이면서도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16만9353명으로 전년(806만7722명)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을 당장 중단한다 해도 정상화되려면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폐지했거나 축소한 항공편과 한국 여행상품을 구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면세점들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을 통해 매출 감소를 상쇄 중이다.

안재광/장창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