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항자원망 캡처
사진=민항자원망 캡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지난 1년간 중국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중국의 한국 여행 제재 조치에 대한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일 중국 3대 국영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CYTS) 온라인 사이트에 최근 8박9일 일정의 한국과 일본 2개국 단체관광 상품을 게시됐다. 신청자가 10명 이상이면 확정되는 상품으로 선택 가능한 날은 오는 7월20일·27일, 8월3일·10일·17일이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도 대표 국영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에서도 한국 단체 관광 상품(3180위안)이 올라왔다. 당시에는 순수 한국만을 여행하는 단독 상품이었다면 이번에는 일본과 연계한 2개국 상품으로 가격 역시 4배 비싼 수준인 1만2280위안(약 207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관광 일정에서도 롯데면세점은 보이지 않았다.

일정에 따르면 여행객들은 베이징에서 출발한 뒤 첫날 서울N타워와 신라면세점을 방문하고, 이튿날에는 개별 자유 시간, 셋째 날부터는 일본 가고시마·구마모토를 둘러본 뒤 이레째 되는날 부산에 입국해 신세계면세점에서 쇼핑한다.
자료 = 중국청년여행사(CYTS) 홈페이지 캡처.
자료 = 중국청년여행사(CYTS) 홈페이지 캡처.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다. 자료 = 중국청년여행사(CYTS) 홈페이지 캡처.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다. 자료 = 중국청년여행사(CYTS) 홈페이지 캡처.
일정표에 따르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서 쇼핑이 가능한 시간은 2~3시간 정도다.

국영 여행사 외에도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홈페이지에서도 최근 한국 카테고리가 재등장했다. 이 사이트의 한국 항목에 들어가보면 항공권과 호텔 예약이 가능하다.

한국 여행과 콘텐츠를 금하는 '한한령' 해제 분위기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2016년 11월 '한한령'을 비공식적으로 구두 지시하면서 2016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 방영, 한국 연예인 TV 광도 등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이달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중국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CICAF)'에 한국 부스 설치가 허가됐다.

또한 지난해 단 한 편의 한국 영화도 초청하지 않았던 베이징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와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등 7편의 한국 영화를 초청했다.

지난달 30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보복 철회를 시사하면서 업계에서는 중국 관광객 재개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달 30일 방한하면서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한·중 관계 개선 시점을 4~5월로 가정하고 3개월을 더하면 7~8월 성수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본격적인 증가를 가정해 볼 수 있고, 이는 기존 추정시기보다 약 3개월 빠르다"고 밝혔다.

서영화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회복 시그널이 이미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14일~31일 중국 13개 항공사 한국으로의 여객수송 추이는 전년보다 24.9% 증가했고, 제주도 입도 외국인 수 또한 6.0% 늘었다"고 말했다.

유통,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 경제장관회의 등 사드 보복 철회 계기가 몇 차례 있었지만 실제 회복은 좌절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희소식 이지만 아직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추이를 살펴보겠다"고만 말했다.

한편, 사드 보복 철회 기대감에 이날 오전 국내 증시에서는 한국화장품, 코리아나, 토니모리, 코스온, 에이블씨엔씨,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주가 7~15% 급등했다. 한화갤러리아, 호텔신라, 하나투어, 신세계, 삼익악기를 비롯한 면세점주와 여행 관련 주인 대한항공,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이 3~5% 강세를 보였다.

카지노주인 파라다이스, GKL 등도 각각 5%, 7% 상승했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타격이 컸던 롯데쇼핑도 8% 가까이 오름세를 보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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