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는 3대 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고도의 두뇌싸움이다. 각자 감내할 수 있는 가격에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경쟁사가 특정 주파수를 최대한 비싼 가격에 사도록 베팅하는 전략이어서다. 경쟁사가 어느 주파수에 집중 베팅할지, 입찰금액을 얼마로 정했는지 등을 예상해 사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입찰실에 직원 격리하고 CCTV 감시… 첩보작전 같네
경매 진행 절차도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주파수 경매가 벌어지는 건물의 해당 층은 24시간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통신 3사의 입찰 담합을 막는 조치다. 회사별로 임직원 세 명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창문도 없는 독립된 입찰실에 ‘격리’된다.

입찰실에는 도청 방지 장치는 물론 폐쇄회로TV(CCTV)까지 설치된다. 각사 임직원이 서로 마주치지 못하도록 화장실 이용 시간도 따로 배정하고, 점심도 입찰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해결한다.

과거 세 차례 주파수 경매 때는 최고 입찰가가 낙찰될 때까지 입찰 과정을 거듭하는 동시오름입찰 방식이었지만, 올해 경매에는 무기명 블록경매(CCA)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주파수 블록 개수와 위치까지 정해야 해서 더 복잡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통신 3사는 CCA 방식 도입에 대비하며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5G 전국망 구축에 사용할 3.5㎓ 대역의 블록 수 산정이 최대 쟁점이다. 이동통신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3.5㎓ 대역의 300㎒ 대역폭을 100㎒씩 나눠 3사가 ‘균등할당’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1위 SK텔레콤은 대역폭을 100㎒ 단위 이하 블록으로 쪼갠 뒤 한 회사가 여러 개 블록을 낙찰받아 100㎒ 이상의 대역폭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가입자가 많아 더 넓은 주파수 대역폭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돈을 더 내서라도 5G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