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2일 취임식을 위해 서울 여의도 금감원 대강당에 들어서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2일 취임식을 위해 서울 여의도 금감원 대강당에 들어서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취임 일성으로 “저를 두고 저승사자라고 하는데 그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감원 임직원에게 “저를 외부자가 아니라 식구로, 같이 일하는 동료로 생각해달라”며 “여러분의 든든한 벗이자 방패이자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격수’나 ‘금융권 저승사자’ 등으로 비친 본인의 강성 이미지를 불식하는데 주력했다. 취임식 단상에 서자마자 인사과 조사역에게서 휘장(배지)을 전달받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역대 금감원장 중 이 같은 퍼포먼스를 공개적으로 한 건 김 원장이 처음이다. 이전 금감원장은 모두 취임식이 시작하기 전 휘장을 건네받고 단상에 섰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 앞서 금감원 배지를 단 건 앞으로 제가 외부인이 아니라 여러분의 식구라는 뜻”이라며 “저승사자라는 오해를 풀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실을 방문해 “규제 문제와 관련해 제가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 시절 자본시장과 관련해 중간에서 많은 규제를 풀었다”며 “너무 한쪽 방향으로만 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참여연대와 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금융권을 대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점에 비춰볼 때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과거엔)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서 할 역할이 있었다”며 “이제는 금감원장에 맞는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이 있지만 (금감원 업무는) 팀으로 조율해 같이 가야 한다”며 “금감원 감독행정에서 조화와 균형을 주목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권 채용비리 및 굵직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금감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김 원장은 “금감원은 권위가 중요하지만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국민의 실망이 크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독당국으로서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일 처리를 통해 시장과 국민에게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는 점을 인식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감독 업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1순위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원장은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역할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