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요동치고 있다.

2일 원·달러 환율은 3년5개월 만에 최저인 달러당 1056원60전에 마감했다. 올초만 해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하지만 남북한, 북·미 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북한 위험요인이 완화되면서 다시 하락세를 띠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간 환율 협의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점차 가팔라졌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요인만 산적해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원·달러 환율 급락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별개로 환율 협의를 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전체 협상의 한 틀(패키지 딜)로 진행되면서 외환당국의 손발을 묶었다는 얘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미 FTA와 연계되지 않은 합의라 하더라도 환율정책에 대한 외부 압력이 강화될 개연성이 생겼다는 측면에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 물가, 원화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등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중순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환율보고서 발표 이벤트로 인해 이달에는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논리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환율 조작국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4월 환율 보고서를 통해 중국, 한국, 독일 등에 통화가치 절상을 압박할 공산은 커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회사들은 올해 연간 평균 환율 전망치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050원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의 환율협정 이슈가 제기된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직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달러화 약세 재개가 겹친 가운데 정책당국 개입 여지가 줄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0원을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협약이 강행될 경우 지금껏 원화 강세 속도 조절에 기여한 외환당국의 개입 여지가 줄면서 가파른 원화 강세가 재현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정책대응이 없으면 달러당 1000원 수준까지 원화 강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