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대처 대명사 된 환경부… 폐비닐 대란에 또 '땜질 처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임시 대책에도 현장은 혼란
환경부 "재활용 처리업체와 협의
폐비닐 일단 정상적으로 수거"
재활용업체 "폐기물 우선 수거하고
나중에 챙겨주겠다는 게 말이 되냐"
환경부 방침에도 여전히 수거 거부
예상된 폐기물 수거 대란
中 작년 7월 폐자원 수입금지 시사
폐기물 유통가격 하락 시작
정부, 9개월째 손놓고 불구경
환경부 "재활용 처리업체와 협의
폐비닐 일단 정상적으로 수거"
재활용업체 "폐기물 우선 수거하고
나중에 챙겨주겠다는 게 말이 되냐"
환경부 방침에도 여전히 수거 거부
예상된 폐기물 수거 대란
中 작년 7월 폐자원 수입금지 시사
폐기물 유통가격 하락 시작
정부, 9개월째 손놓고 불구경
환경부가 2일 폐비닐 사태에 따른 긴급 대책을 내놓자 “늑장 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부는 지난 1일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수거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한 뒤 현장의 혼란이 커지자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그마저도 “우선 재활용 업체들을 설득해 정상 수거하기로 했다. 이달 재활용 업체 지원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전부다. 재활용 업체들은 “정부가 돈도 안 되는 폐기물을 가져가라고 하면서 ‘나중에 챙겨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다. 환경부는 “대란을 피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폐기물 수출량 97% 감소
이번 ‘쓰레기 대란’은 예고된 결과였다. 국내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폐비닐·스티로폼 등을 발전소용 고형 연료로 쓰는 중국에 수출해 이익을 냈다. 그런 중국이 작년 7월부터 자체 폐기물로도 수요가 충족되는 만큼 외국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1월엔 저급 플라스틱 및 폐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놨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폐기물 유통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 가격은 2014년 ㎏당 674원에서 올해 3월 기준으로 566원까지 떨어졌다. 주요 폐기물의 가격 추이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9개월 가까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장의 혼란은 컸다. 단독주택과 빌라 등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분리하는 업체에 위탁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해서 재활용 폐기물로 수익을 내던 민간 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구조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지난달 말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활용 수거 업체들이 아파트 단지들에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부산 지역의 재활용 업체들도 이달 말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없어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당근책’은 재활용업계의 비용 부담을 완화해 폐비닐 등의 수거를 계속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개편이 대표적이다. EPR은 폐비닐 제품 생산업체에서 거둬들인 환경부담금 일부를 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으로 나눠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재활용 업체에 EPR 지원금을 조기 지급하는 방안, 비닐·플라스틱 품목은 생산자가 분담금을 추가 납부하게 하는 방안 등을 준비 중이다. 한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돈이 안 되는 폐기물을 가져가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환경부는 보조금을 얼마나 줄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재활용 업체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란 지적도 나온다. 재활용 업체로선 폐비닐 등 쓰레기를 팔아 얻는 수익 비중이 가장 큰데, 판로 자체가 막혀 정부 보조금을 받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땜질식 대책’에 현장은 분통
중소형 수거·운반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날 환경부와 합의한 48개 업체는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수·선별업체다. 아파트에서 페트병, 폐비닐 등을 수거·운반하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형 업체인데 이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한 폐기물 운반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재활용 처리업체와) 합의했다고 자랑하는데 정작 아파트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나르는 건 운반업체”라며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가 운반업체에 오히려 돈을 내고 폐기물을 넘기라고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일선 아파트 단지에선 폐비닐 수거업체들의 ‘보이콧’이 계속돼 거주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마냥 지원금을 늘리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재활용 쓰레기 처리비용을 생산자 또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박진우 기자 summit@hankyung.com
중국 폐기물 수출량 97% 감소
이번 ‘쓰레기 대란’은 예고된 결과였다. 국내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폐비닐·스티로폼 등을 발전소용 고형 연료로 쓰는 중국에 수출해 이익을 냈다. 그런 중국이 작년 7월부터 자체 폐기물로도 수요가 충족되는 만큼 외국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1월엔 저급 플라스틱 및 폐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놨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폐기물 유통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 가격은 2014년 ㎏당 674원에서 올해 3월 기준으로 566원까지 떨어졌다. 주요 폐기물의 가격 추이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9개월 가까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장의 혼란은 컸다. 단독주택과 빌라 등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분리하는 업체에 위탁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해서 재활용 폐기물로 수익을 내던 민간 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구조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지난달 말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활용 수거 업체들이 아파트 단지들에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부산 지역의 재활용 업체들도 이달 말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없어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당근책’은 재활용업계의 비용 부담을 완화해 폐비닐 등의 수거를 계속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개편이 대표적이다. EPR은 폐비닐 제품 생산업체에서 거둬들인 환경부담금 일부를 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으로 나눠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재활용 업체에 EPR 지원금을 조기 지급하는 방안, 비닐·플라스틱 품목은 생산자가 분담금을 추가 납부하게 하는 방안 등을 준비 중이다. 한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돈이 안 되는 폐기물을 가져가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환경부는 보조금을 얼마나 줄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재활용 업체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란 지적도 나온다. 재활용 업체로선 폐비닐 등 쓰레기를 팔아 얻는 수익 비중이 가장 큰데, 판로 자체가 막혀 정부 보조금을 받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땜질식 대책’에 현장은 분통
중소형 수거·운반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날 환경부와 합의한 48개 업체는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수·선별업체다. 아파트에서 페트병, 폐비닐 등을 수거·운반하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형 업체인데 이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한 폐기물 운반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재활용 처리업체와) 합의했다고 자랑하는데 정작 아파트에서 재활용 폐기물을 나르는 건 운반업체”라며 “재활용 폐기물 처리업체가 운반업체에 오히려 돈을 내고 폐기물을 넘기라고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일선 아파트 단지에선 폐비닐 수거업체들의 ‘보이콧’이 계속돼 거주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마냥 지원금을 늘리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재활용 쓰레기 처리비용을 생산자 또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박진우 기자 summit@hankyung.com